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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Aug 15. 2022

'천둥 케이크'

단상

패트리샤 폴라코의 <천둥 케이크>라는 동화가 있다. 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하는 어린 손녀를 위해 묘안을 짜낸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천둥 케이크’는 천둥치는 날 만드는 케이크이다. 

“으음, 하늘을 보니 천둥 케이크 굽기에 딱 좋은 날씨로구나.” 

할머니의 이 말과 함께 동화책은 갑자기 요리책으로 변한다.

먼저 할머니는 손녀에게 번개가 칠 때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세며 폭풍의 거리를 재는 법을 알려준다.

번쩍!! 하나, 둘, 셋.... 우르릉 쾅~~ “깍쟁이 암탉 넬리한테 달걀을 가져 오렴”

번쩍!! 하나, 둘, 셋, 넷... 콰르릉 쿠앙~~  “늙은 발차기 젖소에게 우유도 가져 오렴”

그 후 초콜릿, 설탕, 밀가루, 과일 등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이 이어진다. 번개와 천둥소리에 박자 맞춰서 말이다.


살다가 갑자기 천둥소리를 들은 듯 놀라고 당황하면 나는 순식간에 대여섯 살의 겁먹은 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럴 때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이 이야기처럼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한동안 놀이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천둥케이크 만들기의 조수 노릇을 톡톡히 해 낸 손녀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네가 한 일들은 아주 용감한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거란다!”


<심해1>   19x24   삼베 위에 실, 펜   2013


<심해2>   41x24   모시 위에 실, 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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