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중년을 넘어서자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를 받으면 빠지지 않는 게 ‘피 검사’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채혈을 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팔을 걷은 후 도구를 챙기는 간호사의 잰 손놀림을 아무렇지 않은 척 눈으로 따라갔지만,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내가 정신 줄을 살짝 놓는 걸 알았다. 통증을 느낄까 봐 두려워서 그 순간을 정확하게 ‘스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는 주사 맞는 체험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어릴 때 지레 울고 불던 요란한 세레모니가 스위치를 깜빡 하고 끄는 기술로 갈아탔다고 생각하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내 인생도 이런 식으로 건너 뛴 곳들이 꽤 있지 않을까, 하기는 했는데 하지 않은 체험들, 좀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