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이 들어도 칭찬은 마냥 좋고 비판은 그냥 싫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쿨 한 척 하며 흘려보내려고 해도, 기어코 단단한 돌멩이가 되어 가슴에 박히고 만다. 그럴 때 내가 떠올리는 말이 있다. 여시아문.
불교 용어인 여시아문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는 뜻으로, 제자인 아난다가 붓다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에서 경전의 첫머리에 쓴 글귀이다.
아난다는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들었다’라고 했는데, 세상을 각자의 틀로 편집해서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처지를 진솔하게 고백한 것 같다.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그 앞에 아난다처럼 ‘나는 이렇게 들었다’는 문장 하나를 추가하면 치받던 기운이 좀 누그러진다.
그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그의 일이고, 나의 귀에 그렇게 들리는 것은 나의 일이다.
주어만 제자리를 지켜도 괜한데 마음 쓰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