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점심 약속이 좋더라
[오랜 친구의 안부 #1 - 먼저 걸려온 전화] 글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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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의 통화 이후,
나는 가끔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다른 일정이 취소되며 뜻밖의 여유가 생겼다.
직장과 육아의 피로 때문인지 나는 요즘 친구들이나 지인들과의 약속을 미리부터 잘 잡아두지 못한다.
그래서 하루 전날이나 당일 급 연락과 만남으로 채우곤 한다.
바로 전날이지만, 그 친구에게 선톡을 보냈다.
"야아, 내일 오후에 시간 어떠삼?"
"괜찮지. 어디서?"
"너네 집 근처가 낫지 않아? 맛집 찾아놔라^^"
"오케이 한번 찾아는 볼게 ㅋㅋ"
긴말할 것 없이 급 런치 약속이 일사천리로 정해졌다.
이런 게 오랜 친구의 큰 장점인 것 같다.
친구 집 근처, 회전식으로 오리고기를 구워준다는 동네 맛집에 갔다.
최근에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나와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오리를 굽는 방식이 꽤 복잡했는데 친구도 처음이었지만 사장님 지시에 따라 능숙하게 잘 구워줬다.
속으로 나는 말했다.
'간만에 네가 구워주는 고기, 맛있네.'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해주는 일은 멋진 일임에 분명하다.
그게 혹여 오리를 굽는 일이라도.
오리탕에 밥까지 말아먹으며
함께 아는 친구들의 근황, 최근에 결혼한 친구의 후일담 이야기 같은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
점심 약속의 진짜 꽃은 그다음이다.
두둑이 배를 채운 후, 조용한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과 대화.
근방에 네이버 플레이스에 별표해 두었던, 이전 핫플 카페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3년 전엔 꽤 센세이셔널한 장소였는데
오늘 다시 가보니, 이미 한철이 지나 겨우 운영 중이신 게 느껴졌다.
멋쩍은 민망함은 잠시, 그래도 나름 편안한 소파 자리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커피와 케이크를 세팅했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최근 내가 직장에서 겪었던 어려움들,
친구가 새로운 시도를 위해 고민하고 결단했던 과정들.
심도 깊고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는데도
우리는 담담하게 받아주고 웃으면서 들어주었다.
그 조용한 공감과 위로가 아직도 또렷하다.
오후 세 시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일어나자는 말이 나왔다.
서로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지 않기 위한, 오래된 배려처럼.
친구를 집 근처로 내려주면서, 올 해 출장 다니며 챙겨둔 작은 기념품들을
근사한 쇼핑백에 담아와서는 오다 주웠다는 식으로 툭 건넸다.
긴 말은 서로 생략하고 다음에 보자고 하며
내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그 앞을 지켜줬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일 년에 한두 번으로 충분하다.
내년에 또 보자, 그때까지 잘 지내자.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자.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