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의 안부 #1: 먼저 걸려온 전화

"잘 지내?"라는 말의 위로

by 정작가

항상 내가 먼저 연락한다고 투덜대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좀처럼 먼저 연락하는 법이 잘 없다.
“너는 연락 좀 해라~”
이 말이 그 친구에게 매번 하던 농담 반, 잔소리 반이었고,
그게 그 친구 성격이겠거니 인정하고 서운해하지 않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사춘기의 초입.
부모님과 떨어져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그 친구를 만나 1년의 사춘기를 함께 보냈다.
헤어질 때 눈물의 이별을 하고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았지만,
스무 살 무렵 페이스북이 생기면서 다시 연락이 닿았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잠깐 졸린 눈을 붙이고 있었던 시간.
핸드폰 화면에 그 친구 이름이 떴다.
웬만해선 있을 수 없는, 그 친구에게서 먼저 걸려온 전화였다.
반갑고 놀란 마음을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발걸음은 후다닥,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어, 여보세요…”
“자고 있었어?”
“…어,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가 자다 일어난 목소리니까 그렇지ㅎㅎ”

툭 던지는 말투가 익숙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전화를 건 이유는 다른 친구의 생존 근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야, 너 혹시 땡땡이 소식 들은 거 있어? 요새 연락이 잘 안 되네.”

"몰라 전번에 뭐 누구 결혼식 때 온다 했다가 또 안 왔다던데.."

"아 그래? 살아는 있는 거네 ㅎ 나도 마지막 연락이 3년 전이라.."

"야 3년 연락 끊긴거면 너도 아웃인 거야 ㅋㅋ"
그 친구 이야기로 잠깐 웃고, 시시한 농담을 오가다가
문득 내가 물었다.

“넌... 잘 지내고 있어?”

“어.. 나 잘 지내고 있지…ㅎㅎ”
"음… 확실해? 일은 계속하고 있고?"

내가 되묻자 그 친구는 잠시 말을 고르고 말했다.

“ㅎㅎ 어… 나 회사는 그만두고 이것저것 새롭게 해보려고 하고 있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말 사이에 스며 있는 기운만으로
고민이 많았겠구나,
지금도 생각이 많겠구나,

직장을 그만두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힘들었겠구나,

나도 길게 말하지 않고
덤덤하게 “아… 어쩐지~” 하고
뒷말을 서로 생략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 친구도 땡땡 친구 소식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 친구를 핑계로 연락해 잠시라도 나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참, 오랜 친구는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잘 지내냐는 그 한마디가 서로에게 진심 어린 위로가 된다.

앞으로 긴긴 인생에서 나도 힘들 때 용기 내어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할 수 있는,
그래서 “잘 지내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번뇌가 가득한 이 세상,

함께 헤쳐 나가는 동갑내기 친구들아.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언젠가는 자리를 내어주겠지.

그래도 지금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야.

각자의 빛을 키워가며 살아가자.

서로의 힘이 되어 주자.


[오랜 친구의 안부 #2 - 오후 세 시 전에 헤어지는 마음]

이 친구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시리즈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