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자 존경하는 교수님을 뵈러,
매번 울산역으로 내려와 약 40분 정도 택시를 타야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물금역까지 가는 KTX가 생긴 뒤로 시간이 맞지 않아 물금역행 기차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약 3시간의 이동 시간, 나는 이 시간이 나름 좋다.
고요하고, 기차에 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화도 할 수 없고, 합법적으로?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
한참을 가다가 어느새 창밖 풍경이 물과 산의 정취로 바뀔 즈음 밀양역이 보였다.
'아, 내가 밀양역에도 와보는구나.'
밀양역을 지나 물금역으로 향하는 기찻길은 시간이 멈춘 듯한 아름다움이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서울에서 3시간만 기차를 타고 내려와도 이렇게 고요한 자연이 맞아준다.
물금역에 내려서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옛 정취가 느껴졌다.
시간 여행을 해서 과거로 온, 마치 옛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
지역 담당 직원과 만나 오래간만이라며 인사를 나누고,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은요, 뭔가 그 여유와 인심이 있어요, 서울 사람들은 모르지요^^"
들어보니 지방에 사는 것도 참 장점이 많아 보였다.
"올해는 회사에서 서로 큰 변화가 없겠지요..?"
라고 영업담당자가 물었다.
'모르죠, ㅎㅎ 저는 계속하고 싶어도, 상황이 그렇게 안 따라줄 수도 있고,
그래도 오늘은 담당자님이랑 교수님 뵈러 올 생각에 어제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ㅎㅎ 저는요, 저랑 같이 가깝게 일하던 사람들이 나가면 예전엔 그렇게 슬프고 아쉽고 그랬는데,
이젠 그냥 잘 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도 서로 미리 이야기해 주기, 그리고 응원해 주기!'
우리도 이제 파트너로 같이 일한 지 3년 차.
회사와 커리어 이야기가 어느덧 인생 이야기로 흘러가며,
본능적으로,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는 듯한 대화였다. 그럼에도 내심 변화가 없기를 바라며, 아주 희망적이지도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은 대화가 조용히 이어졌다.
교수님과의 면담 약속은 오후 두 시. 커피를 사서 가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교수님은 문을 활짝 열고 이미 기다리고 계셨다.
“예, 들어오세요~”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따뜻한 미소였다.
“어떻게 또 이렇게 멀리서 오셨어요.”
매번 내려올 때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는 인사로 대화는 시작된다.
'교수님 뵈러 오는 건데요 뭘, 저는 너무 좋습니다.'
회사 이야기, 최근의 여러 변화들, 그 와중에도 그래도 우리가 아직 지켜내고 있는 것들, 그대로인 것, 감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여러 근황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에야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냈다.
들어오며 프로젝트 멤버이신 다른 교수님을 마주쳤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서로의 생각과 구상을 조금씩 나누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준비해 온 자료를 꺼내 보이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 차원에서도 중요한 성과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이 관계의 흐름을 깨지 않는 것이었다.
부담을 드리고 싶지도, 조급해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교수님 또한 이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시면서 그 자리에서 다른 멤버 교수님께 전화를 거셨고, 여러 가능성을 함께 타진하셨다.
운 좋게도 프로젝트의 여러 좋은 구상과 결과가 예측되는 긍정적인 통화를 마치신 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고, 서로의 캘린더를 확인하며 날짜까지 정해졌다.
“뭐, 이제 날짜까지 집었으니 잘 진행해 보시지요.”
면담의 주요 목적은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 상태에서 요즘 화제라는 두바이 디저트 이야기, 교수님의 지난달 두바이를 경유하신 이야기, 사진을 보여주시며 두바이 디저트를 함께 나눠 먹었다.
“맛있는 걸 나눠 먹으니 배로 맛있네요 허허.”
시간을 보니 1시간 10분이나 지나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다음을 기약하고 배웅받으며 총총 연구실을 나왔다.
다음엔 벚꽃 필 무렵에,
다시 물금역으로 오기로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