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히키코모리가 되는지 알것 같다.

by 민용

설이 지났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자의식 과잉으로 그것이 힘들었다.

설이면 으레 찾아오는 갈등 나를 선택할까, 어떻게 나를 생각하는 지를 선택할까.

히키코모리는 결국 그 갈등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자의식 과잉으로 부우하고 마는 상태가 아닐까.

설에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멋지고 대단한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아이둘을 키우고 독박육아를 하면서 임용고시를 붙은 친구,

육아휴직을 해서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써서 인세로 수입도 올리고 스스로를 찾아나가는 언니,

배려심많고 공감능력이 좋은 남자를 찾아 행복한 결혼준비를 하는 동생,

멀고 먼 길을 기세좋게 아이들까지 데리고 홀로 운전해오는 언니...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있나?

나는 한달 넘도록 쉬고 있으면서도 뭘했는지 모르겠는 상태다.

여행이라도 다녀왔다면 더 충만한 상태가 되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새벽동안 저가항공사 어플을 들락날락하며 가격을 알아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아이들과 감히 갈 엄두도 못낼 곳까지 찾아보고.

신경을 너무 많은 곳에 쓰고 있다.


<신경끄기의 기술>을 다 읽고 나서 그책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면서도 오히려 더 자의식 과잉을 느낀다.

신경끄는것이 되지 않는다.

가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이렇게 방황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게 틀림없다.


보름뒤면 이사를 해야하는데 아직 집도 나오지 않는 이 개떡같은 상황에 내가 미치지 않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내가 정상인이라서 그런것이라면 나는 지극히 정상이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도 학부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