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완식 미술 전문기자
부산 2025바다미술제(조직위원장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가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37일간 다대포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Undercurrents(언더커런츠): 물 위를 걷는 물결들’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몰운대, 고우니 생태길, 다대소각장 등 다대포해수욕장 주변의 다양한 장소에서 열린다.
전시주제 ‘Undercurrents(언더커런츠): 물 위를 걷는 물결들’에서 ‘undercurrent(s)’는 ‘암류’를 뜻하며, 수면 아래 감지되지 않는 흐름이나 생태적·문화적 층위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상징한다. 바람, 소리, 인간, 그리고 다른 비인간적 요소들 사이에 형성되는 대사적 리듬이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탐색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어떻게 공동의 인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 감각과 상상을 통해 연결을 모색한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낙동강 담수와 남해 해수가 만나는 하구 지역으로, 풍부한 생태계와 고운 모래, 그리고 일몰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육지와 바다, 하늘이 극적으로 만나는 몰운대 , 갯벌과 갈대밭 그리고 이동하는 모래 언덕을 따라 조성된 고우니 생태길도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문을 닫은 다대소각장, 몰운대 산책로 몰운 커피숍도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참여작가는 총 13명(팀)이다. 한국작가를 비롯하여 칠레, 스위스, 독일 등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포함됐다.
칠레 산티아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바 칼푸케오(Seba Calfuqueo)는 마푸체(Mapuche) 원주민 출신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퍼포먼스, 설치, 도자,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토착민과 서구 사상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 고정관념을 분석해 식민지적 억압에 맞서고 젠더 연구와 생태적 저항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베니스비엔날레, 휘트니비엔날레, 테이트 모던, 퐁피두센터 등에서 전시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는 작가 중 하나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형섭은 사라져 가는 주변의 풍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가다. 그는 올해 다대소각장에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다대포 해변 오른쪽 끝자락에 위치한 다대소각장은 부산시 사하구, 서구, 중구 등지의 가연성 쓰레기를 소각 처리 담당하였다. 해당 부지는 최근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사업이 추진되며 호텔과 해수 풀장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작가는 다대소각장의 역사적 의미와 흔적을 담아, 이 장소의 마지막을 기리며 작품을 통해 추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은 안무가이자 무용가다. 도시의 공공 공간을 배경으로, 신체와 감정, 주변 환경 간의 대화를 이끌어낸다. 그의 대표작 Silver Boom은 시민 참여형 퍼포먼스로 초연 이후 세계 각국의 여성들과 협업을 통해 발전되고 있다. 올해 부산에서는 다대포해수욕장을 지키는 ‘아지매’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광주비엔날레 스위스 파빌리온 참여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전통건축과 자연 재료, 그리고 경계의 풍경에 천착해온 올라프 홀츠압펠(Olaf Holzapfel)은 목재, 볏짚, 갈대, 점토 등 비산업적 재료로 공간을 재구성하는 작가다. 그는 프랑스의 리옹 현대미술관 등 유럽 주요 기관에서 전시하며, 건축과 환경, 공동체적 기억이 얽힌 장소를 시적으로 재해석해왔다. 베를린, 뮌헨, 파리, 브뤼셀 등 유럽 전역에서 전시를 이어온 그는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벽(wall)’이라는 구조적 개입을 통해, 경계를 가르는 대신 품어내는 건축적 상상을 펼친다.
한국의 양예나와 이탈리아(독일)출신의 마르코 카네바치(Marco Canevacci)로 구성된 아트듀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는 현실의 개념과 감각의 한계에 도전하며 주변 환경과 빛, 그림자, 소리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실험해왔다. 최근에는 친환경 재료와 자연 분해가 가능한 해조류를 건축적 재료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러한 재료로 이루어진 거대한 돔 형태의 작품을 다대포 해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스위스의 무용가 마리 그리스마(Marie Griesmar), 한국의설치미술가 지븨 리(Jeewi Lee), 김상돈, 최원교, 태국의 솜 수파파린야(Som Supaparinya), 미국의 쟈닌 안토니(Janine Antoni) 등 다양한 배경과 매체를 넘나드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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