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완식 미술 전문기자
“나는 창작이라는 한 척의 배를 띄웠고, 오랜 세월 동안의 작업을 통하여 일상과 미지의 세계 사이의 불확실성과 고통스러운 대결을 하였다. 작품을 한다는 건 나의 삶을 찾는 방법이며, 거친 파도에 맞서 대응하는 나의 방파제였다.”
나무 돌 철 등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 관계를 이루는 풍경으로 자연을 조각하는 심문섭 작가가 캔버스로 영역을 확장한지도 여러해 지났다. 마치 작가의 고향 통영 앞바다를 시적으로로 보여주는 듯하다. 7월 3일부터 8월27일까지 아트파크가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에서 갖는 ‘섬으로’전은 마치 관람객을 통영 앞바다에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새벽이 오기 전의 고요한 순간, 통영의 바다는 숨을 멈추고 고요한 에너지를 품는다. 물 위에는 부드럽고 빛나는 푸른빛에서부터 밤의 짙은 먹빛까지 다양한 색조가 펼쳐진다. 달빛이 은빛으로 흔적을 남기는 이 고요한 풍경 속에서 작가는 영감을 얻는다. 그는 자연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바다의 광대한 존재를 캔버스라는 친밀한 공간에 응축하고 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바다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본질을 담아낸다. 그의 붓질은 파도처럼 너울거리며 겹쳐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생성과 소멸의 춤을 이룬다. 청색의 속삭임과 남색의 낮은 울림이 반짝이며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빛이 물 위에서 끊임없이 변주하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보이지 않는 힘들에 대한 형상화라 하겠다.
“한국의 해안 도시 통영에서 태어난 심문섭의 예술적 여정은 끊임없는 귀환의 항해와 같다. 한국의 전위 예술운동에서부터 예술적 용광로와도 같은 파리를 거쳐 다시 고향의 리듬 속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는 한결같은 헌신으로 자신의 예술을 탐구해왔다. 그의 시선을 형성한 해안 풍경, 작품 세계를 지탱하는 철학적 사유, 그리고 바다가 가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바다처럼 자유롭고, 영원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 예술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PLUS Magazine,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