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네가 다섯 살 때였지. 그날은 엄마와 아빠가 모두 바빴던 하루였어. 엄마는 회사에서 발표하는 날이었고 아빠는 회의가 있는 날이었지. 우리는 새벽부터 준비하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누가 너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것인지 다투기 시작했단다. 어린이집은 문 열 시간이 아직 멀었고 이런 경우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참 힘들어. 우리는 서로 데려다주라고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듣고 있던 네가 말했지.
“엄마, 아빠 싸우지 마. 택시 태워주면 내가 알아서 갈게.”
우리는 너한테 미안했고, 일찍 철든 네가 대견하기도 해서 웃고 말았어.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직 유치원 문 열 시간은 아니지만 출근했으니 너를 데려오라고 하셨단다. 엄마가 너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갔던 일 기억하지?
이 일 외에도 똑똑한 딸이 엄마에게 했던 말이 기억나는구나!
아빠는 술을 마시면 이성을 잃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혼하고 알았다. 친할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는 걸 경험했지.
“아범은 술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사람이니 조심하라고 해라.”
그래서 아빠는 나름 조심하는 것 같았지만 일 년에 몇 번씩은 그런 행동을 했단다. 네가 여섯 살 때 사건이 터졌지. 그날도 아빠는 술을 마신 후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다음 날 아침에 현관문을 두드리더라. 엄마는 화가 많이 난 상태였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 그때 네가 문 앞에 서서 했던 말이 엄마는 잊을 수가 없구나!
“엄마, 문 열어 줘. 엄마는 잘못한 적 없어. 아빠가 잘못했다고 하면 용서해 줘야지.”
네 그 말에 엄마는 아빠를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문을 열어줬단다. 우리는 가끔 네 앞에서 이런 일로 다투었지. 지금이라면 너희 앞에서 다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는 엄마도 아빠도 참 미숙한 부모였단다. 네 앞에서 싸워서 미안해.
사랑하는 딸!
가족끼리 갈등이 생기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러나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우리는 미숙한 부모였기에 네 앞에서 싸우기도 했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성숙한 엄마로 돌아가 너희를 다시 키울 수만 있다면 정말 잘 키울 것 같아. 너희에게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단다. 지우개가 있다면 우리의 싸우는 모습을 다 지우고 싶은 심정이야. 엄마는 지울 수가 없지만 너희가 잊어준다면 깨끗하게 지울 수가 있는데 이제 큰 네가 더 큰마음으로 좋지 않은 기억은 다 지워주길 바랄게. 부모로서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미안했단다. 미안해.
사진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