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

by 유미애

윤!


25년 전 빨간 재킷과 치마를 입고 가방을 멘 네가 유치원 입학하느라 운동장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해. 엄마는 교육 일을 하고 있었고 맞벌이를 하던 우리는 외동딸인 너를 최고의 시설에서 교육시키고 싶어 했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이곳에 ㅎ유치원이라는 멋지고 근사한 유치원이 생겼어. 2층 건물 전체가 하얀색이었던 마치 궁전 같은 유치원이었고 옥상에는 수영장까지 갖추어져 있었어. 실내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인테리어와 아이들을 유혹할 만한 교구 등 정말 근사한 유치원이었고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단다. 엄마는 너를 데리고 그곳에 구경을 하러 갔고 너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에 들어 그곳에 다니겠다고 말했어. 다섯 살 때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그곳에 다녔단다.


원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쌌지만 네가 좋아하는 곳이라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단다. 너는 그곳에서 네가 평생 살아갈 중요한 것을 배웠으니 너도 엄마도 대만족이었지. 그 유치원은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탔고 새벽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뽑고 상담을 한 후 입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명문 유치원으로 자리 잡았지. 유치원 원복도 기억나지. 예쁜 빨간색 재킷과 스커트였는데 얼마나 깜찍하고 예뻤는지 그 도시에서는 유명했어. 너는 유치원에 가는 것을 행복해했고 자랑스러워했단다. 가끔 토요일에도 엄마는 일할 때가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어. 선생님과 유치원을 좋아해서 토요일도 보내 달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일을 하는 엄마에게도 최고의 유치원이었지.


졸업 후에도 유치원에서는 총동창회를 개최해서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1년에 한 번씩 롯데월드에 놀러 간 거 기억나지. 너는 그때쯤 되면 유치원 동창들과 롯데월드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잖아. 사춘기 소녀였는데도 유치원 총동창회가 좋다고 다녔으니 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대단한 유치원이었던 것 같아.


사랑하는 딸!

네가 얼마나 그 유치원을 좋아했냐면 늦게 태어난 내 동생이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ㅎ유치원에 보내라고 부탁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엄마가 그 유치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근사한 유치원의 모습과 유혹하는 교구만을 보고 결정했던 게 아니란다. 원장님의 마인드와 유아를 가르칠 교사를 보고 그곳에 입학을 시키고 2년 반을 보냈어.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의 교육 중 유아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란다. 네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말했지.


“엄마, 근데 우리 학교 애들 반장들은 거의 우리 유치원 출신이야. 신기해.”


그곳에서 수학 공부나 국어 공부를 시킨 건 아니었단다. 제대로 된 사람 교육을 했던 거지.

엄마도 강의하면서 그런 경험을 했단다. 몇 년 전에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지. 서울에 있는 많은 학교에서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한 상태라 5학년이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고 있었겠지. 그런데 그 학생들은 달랐단다. 발표하는 방법, 사고의 깊이에 놀라서 그곳을 잘 아는 선생님에게 그 학교의 교육 방법에 관해 물어보았어. 그랬더니 선생님은 근처에 있는 한 유치원에 관해서 얘기를 해줬단다. 그곳 유치원 출신들이 대부분 그 학교에 들어갔다고 얘기하면서 그 유치원의 특별한 교육 방법이 친구들을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고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말하더구나. 그곳 역시 아이들을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거지.


윤!

엄마는 네가 유아일 때부터 괜찮은 교육을 받기를 바랐고 네가 원하는 곳에서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단다. 유아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시기란다. 너는 그곳에 다니면서 누구보다 행복했었지. 아빠와 엄마가 다툴 때 네가 문제 해결을 제시하기도 하고 중간 역할을 하기도 했어.

너를 추억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많은 분이 네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느껴지네. 네가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게 역할을 하신 모든 분을 기억하며 그분들에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너도 살면서 네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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