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애 Feb 14. 2021

덜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지난주 수요일 멘토 교수님께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셨고 군살 하나 없는 젊은 몸과 열정적인 삶을 사셨는데 쓰러지고 3일 만에 하늘나라로 가시고 말았다. 63세이신데.. 하늘이 무너지고 온몸에 에너지가 하나도 남지 않고 빠져나간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전날 학교 앞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이번 학기 강의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다음 날 돌아가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새벽에 연락을 받고 빈소를 찾았을 때 빈소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병원 복도에 한동안 앉아있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봐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날 김치찌개를 먹지 않고 다른 것을 먹었다면, 커피가 아닌 다른 차를 마셨다면 괜찮았을까? 이동할 때 교수님 차를 타고 이야기를 했다면 뇌가 좀 더 움직여 괜찮았을까? 왜 그날 다른 교수님 차를 탔을까? 

  처음으로 가 본 화장장에서 며칠 새 한 줌 재가 되어 내 앞에 있는 그분을 생각하니 인생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먼저 가시려고 불꽃처럼 사신 걸까? 불꽃처럼 사셔서 먼저 가신 걸까?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고 인간관계에도 예외는 없다. 만나지 말아야 될 사람들은 전화번호부터 삭제하고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내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에 언급되어 있다. 그렇게 만나서 불편하고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사람은 미련 없이 정리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다. 그중 멘토교수님과는 가족 같은 관계를 이어갔다. 힘들 때, 고민 있을 때, 기쁠 때도 망설이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다. 교수님과 사모님 그리고 Y교수님 이렇게 우리 네 명은 맛집 탐방과 교수님의 세컨드 하우스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뿐만 아니라 학문의 깊이를 더하는 것에도 함께 했다. 그동안 연구소를 만들자는 얘기만 몇 년째 하다가 드디어 창립식과 현판식까지 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가 한가득인데 많은 일을 남겨두고 혼자 황망하게 떠나셨다.      


  꽤 오랜 기간 가장 의지했던 가까운 분이 돌아가신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교수님이 나타나셔서 “유 박사...”라고 할 것 같다. 장례까지 치렀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교수님의 죽음을 겪고 삶.. 살아가는 것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조문객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있다.     


  “불꽃같이 살다 가신 분이다.”

  “후회 없이 살다 가셨다.”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어서 일처리 할 사람이 필요해서 하느님이 데려가셨다.”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교수님은 일을 많이 하셨다. 일중독자셨다. 그런 분이 돌아가셨으니 일중독자인 나도 삶에 관해, 살아가는 것에 깊이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며칠을 그 문제에 관해 고민한 결과      


  ‘나를 더 사랑하자.’ 

  ‘덜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자.’는 결론을 내렸다.     

  

덜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이전 10화 봄꽃 같은 마음만 받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