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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Oct 10. 2021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감사함을 ..

  사람을 마주하고 사는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 가마솥같이 은근히 달구어져야 맛난 밥이 되는 것처럼 서서히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양은냄비같이 순간 부르르 끓어오르고 금방 식어 버리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니 관계를 맺는 사이가 된다.

  사람을 만날 때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여는 편이 아니다. 결혼 전에는 엄마로부터 ‘얼음 짝 같다.’는 말을 들었고, 직장생활 할 때는 동료 남자 직원으로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을 받아들여 보라는 말도 들었다. 본인은 내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진지하게 말하면서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서 떠났다. 

  철통같은 마음의 벽은 결혼 후 찰떡같이 말랑말랑해졌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음을 나눌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내 마음을 활짝 열었다. 지금까지 인간관계에 큰 문제 없이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올 초 만났다. 지금까지 사람을 만나 연을 맺는 경우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났고 내 마음이 편안해질 때 상대를 받아들였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 나갔다. 모임을 통해 만난 그녀는 사정없이 훅훅 내 마음을 치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부담으로 느꼈지만 친절하고 다정하고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주려는 그녀에게 나는 마음을 활짝 열었다. 모임에서 만났을 때 그녀를 통해 웃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부러웠다. 밥을 함께 먹자거나 함께 놀자고 연락이 왔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따로 만난 적은 없었다.  우리는 가끔 톡을 주고받거나 통화를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대화를 나누다 그녀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어서 내 의견을 말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내게 서운했는지 그 후 연락이 뜸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의견에 반대한 것이었는데 자신을 반대한다고 생각했는지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 후 모임이 있었고 나를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조금 서운해도 서운한가 보다 생각했고 상대도 그렇게 나와 비슷한 행동을 했고 그러다 오해가 풀리면 또 자연스러운 관계를 이어갔다. 그녀는 보란 듯이 내 마음을 후벼 파는 행동을 했다. 옆에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훅훅 들어왔던 것처럼 훅훅 마음을 후려쳤다. 마음이 아팠다. 이 나이에 경험하지 말아야 할  유치한 인간행동을 보았기에 당혹스럽고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마음을 연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더 마음이 아팠다. 

  대학생에게 심리를 가르치는 친구교수에게 내 마음 상태를 얘기했고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약간의후유증은 있겠지만 오래된 관계도 깊은 관계도 아니었던 터라 감정정리가 빨리 되었다. 그녀의 그런 행동을 보지 않았다면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관계를 이어갔을 것이다.

  짧게 스쳐 지나간 인연에 다행을 넘어 감사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중년의 나이에 다시는 양은냄비같이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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