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
한 해를 보내면서 고마운 분들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작은 선물을 보내기도 했고, 또 어떤 분에게는 평온하길 바라며 그분을 위해 기도를 했다.
올해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해 고관절 수술로 입원을 했고 마음을 나누던 은사님을 잃기도 했다. 힘든 순간이 몇 차례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힘든 시기를 행복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의 도움 덕분이었다.
은사님을 잃고 힘든 시기에 그분의 빈자리를 따뜻함으로 가득 메꿔준 대학원생들, 바쁘게 움직이는 나를 위해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와 반찬을 일 년 내내 챙겨주셨던 친정어머니 같은 옆집 이모님, 책이 출간됐을 때 아직 구경하지 못했을 것 같다며 집으로 가져와서 보여 주고 사인을 받아갔던 지인, 법원 보호자 교육과 교육청 Wee센터 학교폭력 가해자 보호자 교육에서 내 강의를 듣고 눈물을 보이며 부모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겠다고 약속하시던 분들, 서로 바빠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던 최교수님, 복지센터장님, 글을 올리면 빠른 걸음으로 방문해서 댓글을 달아주셨던 브런치 작가님들과 블로그 이웃님들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분의 사랑 덕분에 일상의 작은 사건들 속에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내가 너무 사랑하는 법무부 기관 팀장님과 계장님들은 늘 감사한 마음으로 강의를 의뢰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서 기관에 갈 때마다 설렘을 장착하고 집을 나서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 A주무관님이 강의를 의뢰할 때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의를 의뢰해주셨던 남팀장님 외 많은 분 덕분에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이 강의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
연말이면 배우들이 수상소감을 발표하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를 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직접 그 마음으로 글을 써보니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고마운 분 중 오늘은 나를 진심으로 아껴 주고 사랑해 주는 분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송미카엘라님, 국민은행 부부, 그리고 댄, 이분들은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저장되어 중요한 날이나 연말연시가 되면 늘 안부가 궁금해지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이다.
송미카엘라님은 나의 대모님이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고 신자가 될 때 자신을 신앙으로 잘 보살필 정신적 대모를 정하는데 그때 알게 되어 30년 동안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평에서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지어서 살며 유명 브랜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여유로움 속에서 인생을 즐기며 사시는 분이라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대모님은 늘 나를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신다. 첫 책이 나왔을 때 나처럼 내 책을 카톡 대문사진으로 올려놓아서 깊은 감명을 받기도 했다. 내 책을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하셨고 홍보해주고 싶어서 카톡 사진으로 올렸다고 말씀하셨다. 진심으로 대녀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다. 나보다 훨씬 능력이 있는 분이라 대모님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늘 감사함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있는 부부를 칭한다. 알고 지낸 지 27년째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나에 대해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본인들은 나를 전부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70%쯤 아는 사람이다. 27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면서 나의 희로애락을 모두 지켜본 유일한 사람들이다. 나보다 몇 살 어린 그들은 아내는 나를 언니, 남편은 누나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의 누나와 언니이기를 자청하며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녔다. 허물없는 사이지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긴 세월을 함께 했고 앞으로도 쭉 함께할 귀한 인연이다.
또 한 사람 Dan이다. 외국인인 그는 딸이 유학 갔을 때 만나서 외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었고 올해 내 사위가 되었다. 10년 전 딸이 남자 친구라며 사진을 보여줬을 때 보는 순간 내 마음에 들어와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선한 인상은 누구라도 좋아할 호감형이다. 댄은 딸의 좋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남편이 되었다. 피붙이 한 명 없는 외국살이를 하는 딸의 행복인 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댄은 코로나 시절 이전까지는 1년에 한 번씩 한 달씩 나의 집에서 한국살이를 하고 갔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며 한국을 사랑하고 동경하는 외국인이 되었다. 결혼 후 장모와 사위는 매주 1회씩 줌으로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며 즐겁게 소통하고 있다. 댄이 딸의 남편이고 내 사위라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주위의 감사한 분들로 나는 자주 행복감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네 사람은 10년, 27년, 30년의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마음 틀어짐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을 이어 왔고 삶이 이어지는 동안 함께 할 귀한 사람들이다.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 덕분에 내 삶은 풍요롭고 아름답다.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