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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Feb 19. 2022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         

 

아이들은 수시로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바쁜 나는 자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으로 미룬다.   

  

첫째는 해외동포가 되었으니 페이스톡으로 만난다.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만, 가끔 서운함을 표현해서 미안함을 전한다. 첫째는 10년을 해외 살이 중이고 작년에 결혼해서 자신의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날 찾는다. 그때마다 아이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해 엄마의 자질이 부족함을 느낀다. 둘째는 호캉스와 여행을 좋아한다. 친구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둘째에게 집은 하숙집이다. 친구와 함께 즐기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호캉스와 여행 가기를 바란다. 서로 바쁜 우리는 시간 맞춰서 놀기가 쉽지 않아서 나는 미안해하고 아이는 서운해한다.      


입대를 앞둔 막내는 시간이 많다. 외국인게스트하우스에서 잠깐씩 아르바이트하는 것과 독서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 논어를 읽으며 인문학에 관심을 폭발시키고 있고 삶에 대한 궁금증을 나와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엄마 뭐해?”라고 자주 묻는다. 그 말의 의도와 감정을 알기에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늦둥이라 나이 든 엄마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했는데 아이는 나와 데이트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신기하게 아들은 여유로운 엄마의 시간을 알아챈다. 오늘도 오전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강남 나갈 건데 어디?”     

아들이 있는 종로를 지나치는 순간 그 전화를 받았고 나는 전철에서 내려 아들과 만났다. 우리는 동대문역 근처에서 설렁탕 한 그릇씩 먹고 강남으로 나갔다. 아들의 볼일에 함께 했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고민을 나에게 터놓고 얘기해줘서 고맙다.    

 

아들은 나를 만나면 연인처럼 나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려 나를 감싸거나 손을 잡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해서 그런 듯하다.     

 

“아들, 아들이 엄마 어깨에 손 올리고 함께 걷는 모습 보면 부럽더라. 울 아들은 언제 자라서 저렇게 해주려나?”     


그 말이 끝나자 어린 아들은 까치발을 하고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올리고 걸었다. 그 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그 행동을 한다. 이제는 내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훌쩍 컸고 아이의 무거움이 느껴지는 팔을 치우라고 해도 장난치듯 그 행동을 계속한다. 사랑하는 애인을 대하듯 나를 꼭 껴안고 길을 걷는다.     

 

싱그러운 22살 아들과 나이 든 엄마의 데이트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나고 신난다. 우리는 장난도 치고 깔깔거리면서 강남대로를 활보한다.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아들과 데이트를 한 후 아들은 저녁 약속으로 친구를 만나러 갔고 나는 집으로 왔다. 내가 잠든 사이에 아들이 들어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식탁 위에 “누나꺼, 엄마 커피와 함께 먹을 과자”라고 적은 메모와 함께 촉촉한 초콜릿칩 1개와 바릴라웨하스 2개가 놓여있었다. 사랑이 많은 아들은 어릴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마음 쓰기를 좋아했고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토요일 여유로운 나의 커피 타임에 행복을 쏟아붓는 아들, 고맙다. 그 마음이.     


어제의 행복, 오늘의 기쁨을 선물 한 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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