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지난주 저는 참 행복했답니다.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7회 강의를 했고 그중 6회의 강의는 소통의 시간이었고 의미 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답니다. 제 강의를 듣고 한 분이라도 변화의 씨앗을 품는 분이 계신다면 그것처럼 기쁜 일은 없지요. 7회 강의 중 부모교육 3회를 진행했습니다. 주말에도 성북구 주민 대상 비대면 부모교육을 진행했고 나머지 두 강의는 보호자 특별교육으로서 부모교육이었죠.
제게 가장 힘들기도 하고 가장 의미 있는 강의가 보호자 특별교육입니다. 법원과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보호자 특별교육이고 의무교육이기도 하지요.
부모님들이 교육을 받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얼마나 힘드실지 압니다. 보호자 특별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분 중 즐거운 마음으로 오시는 분은 단 한 분도 안 계신다는 것도 잘 알지요. 자녀의 잘못으로 귀한 시간을 내어서 받고 싶지 않은 교육을 받아야 하니 그 힘듦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강의 중에도 그 말씀을 드렸지요.
어머니..
강의 시작할 때 제가 농을 친 거 기억하시죠.
“아이 때문에 왔지만, 그 아이 덕분에 좋은 강의 듣고 가실 겁니다. 저 괜찮은 강사입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이 말에 긴가민가 하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고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죠. 마음을 여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후기에도 그렇게 적으십니다. 그리고 가실 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은 교육받아서 감사합니다. 잘 실천해서 아이와 좋은 관계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제 손을 꼭 잡으시거나 저를 안고 우시기도 하시지요. 강의 후 대부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십니다.
이 강의를 할 때 처음에는 부모님의 마음을 어루만져줍니다. 그 힘듦에 공감을 해주지요. 그때부터 눈물을 훔치는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강의 중에 눈물 콧물까지 흘리시고 제가 각티슈를 옆에 갖다 드리면서 맘껏 우시라고 말씀드리지요.
사춘기 자녀와 힘겨루기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공감합니다. 제가 강의 중에 큰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을 사례로 드는 이유는 저도 형편없는 엄마였던 시절을 고백하면 마음을 쉽게 여시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지원청 여러 곳에서 이 강의를 진행하고 법원 보호자 교육도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씀을 드린 이유는 제가 1년에 진행하는 보호자 특별교육이 꽤 많습니다. 대부분 내년 2월까지 일정이 잡혀있지요. 그리고 처음 한 곳에서 시작한 강의가 소개와 소개를 거쳐서 지금은 여러 곳에서 하는 이유는 후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소개받은 곳은 저에 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강의를 의뢰해주십니다. 이유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제가 꽤 괜찮은 피드백을 받고 지금도 부모교육전문가로 살아남아 있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전날도 보호자 특별교육을 했고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저는 행복해했습니다. 좋은 피드백으로 행복한 게 아닙니다. 제 교육을 받고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부모님의 모습에 행복해하는 것이지요.
어머님이 제 강의를 들은 그날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강의 중에 질문하거나 대화법 연습을 할 때 어머니께서 무척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지요.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라며 아이들에게 공감하는 방식을 쏟아내면서 한 말이
“교수님 강의 너무 좋아요. 제가 화가 나는 것은 내가 아이들을 그리 잘 공감해주는 데 왜 내 아이가 그 모양 그 꼴이냐고요. 저는 그게 화가 납니다. 전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요.”
강의 내내 그 말씀을 하시면서 자녀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토해내셨습니다. 여기에 적지 못할 정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요.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서 내뱉는 말에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안 봐도 보입니다.
어머님이 하신 그 말씀은 공감이 아니지요. 공감은 자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아이가 말하는 의도와 감정까지 알아채야 공감한다고 할 수 있답니다.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어머니의 자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녀가 잘못했든지 그렇지 않든지 어쨌든 학폭위는 열렸고 아이는 힘든 상태입니다. 힘들 때 부모로부터 공감받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하면 아이는 안드로메다로 갑니다. 저는 보호자 특별교육도 진행하지만, 법무부 기관에서 비행 청소년을 매주 오랜 기간 만나왔습니다.
아이들의 문제는 단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핵심으로 들어가면 부모가 있다는 걸 아이들을 만나면서 더 확실하게 느낀답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요. 부모는 자식의 거울입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우고 그대로 하는 것이지요. 제 첫 책에도 그 내용이 나오는데 부모와 학생들을 많이 만난 저는 “부모를 보면 자녀가 보이고 자녀를 보면 부모가 보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를 많이 만나는 직업은 대부분 저같이 “척하면 척”일 것입니다.
어머니..
그날 강의 중간중간 본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출하셨지요. 다른 분이 불편해서 눈살 찌푸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의 자녀가 어릴 때부터 쭉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자라왔다는 사실에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웠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만족도 조사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실 때 화난 표정이지만 깍듯하게 인사하시면서
“강의 내용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어머니가 나가신 후 만족도 조사에 모두 ‘매우 만족’에 동그라미를 하고 강의 좋다는 후기를 적으셨지만 저는 기쁘지 않았습니다.
자녀에 대해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에 저는 지금까지 힘이 드네요. 아이는 어머니의 자녀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갈 중요한 구성원이지요. 그런 아이가 어머니로 인해 안드로메다로 가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강의 후 내내 마음이 쓰이고 아픕니다.
어머니..
완벽하다고 생각하시는 어머니께 맞춰 자녀를 키우시기보다 아이에게 어머니를 맞추시는 게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비법 중 한 가지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어머니의 자녀가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수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PS
어머니, 강의 중 저에게 묻지도 않고 강의자료를 마구마구 찍으셨는데 왜 그러셨는지 묻고 싶네요. 그리고 강의자료 함부로 유출할 시에는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을 대신하여 어머니라 칭했습니다. 자신은 완벽하고 벌어진 모든 상황을 자녀 탓으로 돌리시는 분이 일 년에 1분 많게는 3분 정도 계십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분노조절이 되지 않고 교육장에서 다른 분은 생각지도 않고 아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