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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Oct 11. 2021

이토록 아름다운...

'이토록 아름다운 ..' 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어느 여름날 쓴 글

이토록 아름다운 날   

  

   날씨가 몹시 더울 건가 보다. 앞산에서 앞다퉈 우는 매미 울음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그 소리와 함께 긴 호흡으로 나무 향을 불러 마시며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기상과 새벽 글쓰기를 멈춘 지 꽤 되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무섭게 달려들지만, 평소에는 게으름을 뼛속까지 장착한 사람이라 느릿느릿 살아지는 대로 산다. 그런 삶이 큰 행복을 주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를 여유로 잘 포장한 게으름으로 재미나게 살았다. 그 즐거운 삶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올라왔지만 잘 포장된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끔은 재미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결핍이 생기면 중화작용을 할 무엇인가를 찾아내는데 선수이다. 작년에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라는 책을 쓰면서 힘든 상황을 견뎌냈다. 10년 동안 책쓰기를 하다 못 쓴 책을 코로나 시대 짧은 시간에 썼다. 바이러스가 아니면 절대 쓰지 못했을 책이다.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어디서 그런 강력한 에너지가 생기는지 스스로도 놀란다. 지금 그 상황이 다시 재현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나 했지만 4단계로 격상되었고 또다시 강의는 모두 취소되었다. 산다는 것이 내 마음 같지 않다. 가끔 변수들이 생기고 감사하게도 그 변수를 극복할 힘도 생긴다.

  어제 친구가 전화가 와서 하는 말

  “힘든 상황이 다시 왔는데 책 한 권 써야지.”

  그 말에 “그럼 당연히 써야지. 쓸 거야.”

  전화를 끊고 여러 상황을 생각했다. 며칠 전 이웃 블로그 님의 글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던 미술전의 제목이 나를 흥분시켰다.      


  ‘이토록 아름다운’     

  온라인상에서 본 이 제목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마음이 출렁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

  ‘이토록 아름다운 중년’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    

 

  많은 언어와 생각이 내 몸에서 춤추듯 날뛰었다. 그 흥분과 게으름을 안고 일주일을 보내며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앞산만 바라보고 있다. 강의가 없는 요즘 종일 작업실에서 산다. 한여름의 짙은 녹색의 숲에 내 눈은 고정되어 있다. 멍때리는 어느 순간 중년기를 살고 있는 내 삶이 돌아봐 졌다 .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어둠 속에서 밝아오는 새벽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이토록 소중할 수가 없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날들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더 자세히 기록하고 싶어졌다.

  ‘이토록 아름다운..’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기로 목표를 세웠다. 매일 선물 같은 하루를 맞이하지만, 내 삶은 결코 아름답지만  않으리라는 것은 글을 쓰지 않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이토록 아름다운 날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글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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