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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Dec 24. 2021

커피를 마시며 커피한약방의 허락된 밤을 그리워한다.

커피를 마시며 커피한약방의 허락된 밤을 그리워한다.     


나는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미친 듯이 커피를 마셨고 지금도 마시고 있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몸이 나이 들었고 그 이유로 커피를 끊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쉽지 않아서 점심 식사 후까지만 커피를 마시는 나름의 규칙을 정해 놓고 커피중독자로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카페의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맛봤지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커피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올해 6월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제주 마노커피하우스의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마시고 커피의 신세계를 맛봤고 제주도 여행 중에 2번 그곳에 들러 게이샤를 마시고 왔다. 커피 한 잔에 20000원이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반할 맛이다. 그때는 이 커피를 마시러 비행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게이샤에 미쳐 방방 뛰는 나를 위해 한 친구가 게이샤 원두를 선물해줬다. 나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를 갈고 내리고 마시면서 선물해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마셨다. 



게이샤를 다 마신 후 커피 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생두를 사서 직접 로스팅을 하기 시작했고 의외의 신선한 맛에 반해 지금까지 직접 볶고 갈고 내려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며칠 전 을지로에서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한약방에 들렀다. 을지로 2가역 3번 출구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면 감성 찐한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이 나온다. 중년의 나이에 좋아할 예스러운 분위기인데 멋진 차림의 중년들도 있지만, 청년들이 더 많이 보인다. 커피를 마시며 사진도 찍고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니, 보는 나도 행복해지는 그런 커피집이다. 오전 강의 후 간 상태라 커피를 마시기에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감성 충만한 분위기에 커피를 안 마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 ‘허락된 밤’을 주문했다. 카페 이름이 커피한약방과 혜민당, 커피 이름은 ‘허락된 밤’이라니 센스있는 작명에 주인장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손님이 많아서 질문도 민폐일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한 모금을 마셨다. 온몸에 퍼지는 커피 향과 맛이 신세계다. 커피의 신세계가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서울 하늘 아래에도 있었다. 친구와 나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서로 눈을 크게 뜨고 감동의 언어로 소통했다.     





맛! 예술이다.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행복을 마셨다. 

커피 한 모금에 내 몸이 행복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진 느낌이다. 

행복하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허락된 밤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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