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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애 Feb 27. 2022

시인의 시, 마음이 살짝 기운다

시인의 시, 마음이 살짝 기운다.  

   

요즘 새벽에 눈이 떠진다. 피곤한 몸은 아침까지 자라 하는데 몸과 정신이 따로 놀고 있어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불속을 헤매다 일어났다. 4시.          


성호경 긋고

화장실 다녀오고

물 한 잔 마시고

머리맡에 놓여있던 시집을 펼쳤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손으로 훑다가 눈길 머무는 곳에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다.      


그래도 


사랑했다

좋았다

헤어졌다

그래도 고마웠다     

네가 나를 버리는 바람에

내가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별    

 

마음이 살짝 기운다

왜 그럴까?

모퉁이께로 신경이 뻗는다

왜 그럴까?

그 부분에 새로운 별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저편 의자에

네가 살짝 와서 앉았기 때문이다

길고 치렁한 머리칼 검은 머리칼

다만 바람에 날려

네가 손을 들어 머리칼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말이야.         


새로운 시   

  

어떻게 하면 시를

예쁘게 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대답에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낙

호동그란 그 눈빛이 내게는

더욱 새로운 시였습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시를 쓸 수 있다는데...             




글. 사진출처: 나태주[마음이 살짝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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