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제주도로 오라는 숙모 말에 ‘땡처리닷컴’을 뒤졌다. 운 좋게 몇 장 남지 않은 삼만 원대 항공권을 예약했다.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출발할 날짜와 돌아올 날짜를 알렸다.
“이 주가 뭐냐? 짧아도 한 달은 있어야지.”
삼촌은 이 주일의 시간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는 이 없는 제주 생활이 무료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낚시 실력을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내가 머문다는 이 주의 시간을 타박했다.
항공권을 구매하고 남자 친구를 떠올렸다. 어떻게 매주 낚시터로 갈 수 있을까? 남자를 잘못 만난 게 아닐까 불안했다. 주말마다 낚시터로 향하는 그가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게 아닐지 의심했다. 나는 바닷가에 살아 보지 않았고 주변에 낚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아버지도 낚시광이었다고 삼촌이 들려주었기에 그를 통해 아버지 모습을 그려 보았을 뿐이었다.
남자 친구는 살아 펄떡이는 생명을 잡다 보면 사는 힘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잡아 놓은 물고기를 보며 잔인하다고 그만하라 했다.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녔을 물고기를 미끼로 유인하는 것은 사기꾼과 다를 바 없다고 하자 그는 내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잡아 놓은 물고기는 바늘에 상처가 났고 배를 위로 드러낸 채 살려 달라는 듯 입을 뻐끔댔다. 느닷없이 잡혀 온 물고기 생각 좀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그러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야, 세상엔 이유가 있든 없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더구나 물고긴데 뭐?”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과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하고 말하려다가 이유가 있든 없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의 말에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낚시에 심취한 남자 친구와는 결혼 생활이 순조롭지 않을 것 같았다. 나와 결혼해 살 것인지 자신이 즐기는 취미를 살릴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더니,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 했다. 그 이후 혼자 낚시 가는 일은 없었다. 대신 낚시 여행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