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어둠을 뚫고 바다로 나가는 낚싯배는 무서웠다. 한 시간을 가도 날이 밝지 않았다. 바닷바람 속도만큼 넘실대는 깊은 바닷속으로 빠질 것 같은 착각에 오금이 저렸다. 그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이며 손을 잡아주었다. 낚싯배가 포인트를 잡고 멈추자, 그는 낚시 방법과 어종에 따라 미끼 끼우는 법과 전동 릴낚시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배낚시는 선미가 포인트라는 것까지 알려 주었다. 그의 꼼꼼한 가르침으로 낚시의 어떤 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낚시에 관심이 생겼다. 점차 낚시광이 되어 갔다. 바닷속에 넣었던 낚싯대에서 타닥타닥 손끝으로 전해지는 입질이 빠져들게 했다. 입질에 빠져들자, 물고기 낚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남자 친구보다 더 낚시에 몰두하면서 모든 잡념을 잊을 수 있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찌의 흔들림을 기다리는 시간은 부모의 부재를 잊을 정도였다. 물고기가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한 곳에 정신을 팔 수 있는 낚시는 어쩌면 삼촌이 형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오래도록 빠져들었다. 시간만 나면 낚시터로 향했다. 어떤 때는 아르바이트를 취소하고라도 낚시터를 찾아갔다. 낚시에 깊이 빠진 나를 지켜보던 남자 친구가 함께 낚시 가는 일을 취소하며 차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자신보다 낚시에 더 관심을 두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가 없단 사실을 그 무렵 알게 된 이유인지 궁금했다. 그가 점점 멀어지는데도 멀어지는 것을, 크게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떠난 게 마음 아팠지만 매달릴 수 없었다. 부모 없는 나를 누가 좋아할까, 여겼기 때문이었다. 첫사랑이었던 그가 떠나자 매사 귀찮고 모든 게 싫었다. 어딘가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를 잊기 위해 낚시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때로는 떠난 남자 친구 때문에 왜 나만 이런 환경인가, 싶어 내 처지를 원망도 했으나 삼촌이 노래처럼 들려주었던 옛날이야기가 어차피 바뀔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