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정희 Oct 20. 2024

어떤 신위_5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5화


  삼촌은 이곳으로 이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숙모는 다툼이 생기면 제주도는 일손이 부족하다니 아르바이트라도 해 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삼촌은 숙모 말에 시큰둥했다.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알바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거예요.”

  삼촌은 제주도로 가자는 숙모의 설레발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생활비를 핑계로 숙모 계획에 어깃장을 놓았다. 연금과 퇴직금 몇 푼 받아 물가가 비싼 제주도에서 어떻게 살겠냐고. 늙어서 무슨 고생이냐. 육지에 살면 아파도 병원 가깝지, 지하철로 이동하면 아무리 먼 거리라도 고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숙모는 말끝마다 제주도 타령을 해 대며 막무가내였다. 삼촌은 어쩌면 형과 살았던 집을 떠나 어디에도 살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숙모는 내가 사십이 넘도록 변변한 직장 없이 얹혀사는 꼴이 싫어 떼어 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나는 그들 대화에 싸움이라도 부추길까 입을 다물고 눈치만 살폈다. 간혹 자신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삼촌 말도 옳고 숙모 말도 옳다, 는 식의 말만 되풀이했다. 언제부턴가 두 사람은 그 문제로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관심이 사라졌나? 생각할 무렵 숙모가 느닷없이 통보하듯 말했다.

  “영주야, 우리 6월 5일 제주도로 이사 간다.”

  없던 일로 넘어가는 줄 알았던 이사가 현실이 되었다. 나는 잘됐네요, 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오랜 시간 숙고해서 낸 결론인 만큼 따로 할 말은 없었다.

  숙모는 내게 오피스텔을 알아보라고 했다. 내 거처에 대해서 부부는 또 의견이 맞지 않았다. 백수나 다름없는 나는 막상 갈 곳이 없었다. 내 거처 문제로 옥신각신하던 삼촌 부부를 대하기가 송구했다. 눈치만 살피는 내게 다행히 집을 맡기고 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사가 결정되자 이삿짐을 배에 실어 보내고 다시는 육지로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동해안을 거쳐 남해안 일대를 돌아 해남 우수영에서 자동차를 배에 싣고 육지를 떠나는 날 나는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허전함에 소리 죽여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자 더 허전했고 숙모에게 좀 더 잘 대할 걸 후회했다. 삼촌이 숙모를 만나 이 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드러내 놓고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삼촌은 늦은 나이에 숙모를 만났고 신혼부부나 다름없다.          

이전 04화 어떤 신위_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