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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정희 Oct 20. 2024

어떤 신위_6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6화


 삼촌 부부를 잊기 위해 조금씩 마음을 추슬러 가고 있었다. 아르바이트가 끊겨 방 안에서 뒹굴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뉴스를 티브이로 보고 있던 참이었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와 건물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맨발로 거리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카톡을 열자, 동영상이 왔다. 삼촌이 릴로 문어를 낚은 동영상이었다. 곧이어 전화벨이 울렸다. 숙모는 동영상 속 문어 얘기를 꺼내며 당장 제주도로 날아오라고 했다. 나를 떼어버리고 후련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 그곳에 와서 삼촌과 낚시하라고 권했다. 나는 오랜만에 마음이 푸근해져 숙모에게 놀리듯 말했다.

  “혹시 그 문어 눈이 없는 것 아니에요? 눈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문어가 얼마나 영리한데, 낚시에 잡혀요.”

  숙모도 오랜만에 듣는 내 농담에 크게 웃었다. 너는 문어 낚는 법을 모르지 않느냐고 나보다 삼촌이 더 베테랑이라고 했다. 그 빌미로 제주도에 왔고 성산포에서 물고기를 낚지 못해 이곳 세화항까지 오게 된 것이다.

  숙모는 삼촌과 내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낚시꾼 틈에 끼여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계속 낚아 올렸다. 고등어였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성어가 되지 못한 고등어 새끼 고도리였다. 고도리는 수온 변화에 따라 봄 여름은 북쪽으로 가을 겨울은 남쪽으로 회유하며 태평양을 돌아서 다 자란 성어가 된다. 일 열로 늘어선 사람들도 연거푸 고도리를 낚아 올리며 파르르 터는 손맛에 즐거워했다. 낚시꾼 숫자만큼 잡아낸 고도리가 방파제 바닥에서 따닥따닥 뛰었다. 아득히 들리는 총소리 같다.

  육지에서 캠핑카를 끌고 왔다는, 부부 중 아내가 저녁거리로 고도리를 손질한다고 했다. 한 손으로 고도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가위를 잡아 배를 가르는 여자의 손이 자꾸 엇나갔다. 엇나가는 가위가 성에 차지 않는지 큰 칼을 꺼내 들었다. 단숨에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가 갈리고 바닥에 피가 흘렀다.

  그녀의 남편은 쉬지 않고 낚은 고도리를 그녀에게 던졌다. 던져진 고도리의 몸부림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녀는 고도리를 수건으로 감싸서 잡았다. 고도리가 눈이 가려지자 움직임을 멈췄다. 캠핑 부부가 고도리를 손질하자 낚시꾼들이 한 수 배웠다는 표정으로 너도나도 방파제 가장자리에 걸어 둔 어망을 들어 올렸다. 그들은 어망 속에 든 물고기를 꺼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내기 시작했다. 내장이 이곳저곳에 쌓였다. 내장에는 낚시꾼이 뿌린 미끼가 가득 들어있다. 바닥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손질을 마친 낚시꾼들은 바닥에 꺼내 놓은 내장을 바다로 던졌다. 바닷물에 던져진 내장 더미가 물결 따라 빙글빙글 떠돌았다.

  갈매기 떼가 피 냄새를 맡았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몰려들었다. 갈매기 떼는 하늘을 몇 바퀴 돌아 바다로 내려앉았다. 내장을 먼저 차지하려는 듯 자리를 옮겨 가며 앉고 날기를 거듭했다. 낚시꾼들은 손질된 물고기를 바위나 방파제 난간 위 또는 햇볕이 좋은 곳에 널어두었다. 방파제 가장자리가 손질된 물고기로 가득했다. 그사이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낚시꾼은 점점 많아졌다. 손맛에 신이 난 낚시꾼들은 바닷속으로 미끼 새우와 떡밥을 계속해 던졌다. 물고기가 떼를 이뤄 중간층 물에서 미끼를 먹으려고 이리저리 유영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남자 친구와 낚시 다니면서 동해안, 서해안, 어디에도 이렇게 바다 밑 무리를 이룬 물고기 떼를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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