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우리 셋은 삼촌이 문어를 잡았다는 성산포 방파제로 나왔다. 릴을 던져두고 몇 시간째 입질이 없는 탓에, 몸이 근질거렸다. 난간 끝에 릴을 내려놓고 삼촌 곁으로 갔다. 이렇게 입질도 없는데 지난번 내게 보낸 동영상 속 문어를 이곳에서 낚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삼촌은 낚시는 기다림이라고 했다. 기다려보라는 삼촌에게 처음 와 본 제주도인데 몇 시간째 물고기 그림자도 못 본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하자, 진득하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옆자리 낚시꾼이 나와 삼촌 대화를 듣다가 세화항에 가면 물고기가 잘 잡힌다고 했다. 삼촌은 어디든 장소가 바뀌는 걸 아주 싫어했다. 하지만 내가 릴대를 접자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삼촌과 숙모도 따라 접었다.
낚시도구를 챙겨 자동차에 싣고 세화항 방파제로 들어서자, 성산포보다 많은 낚시꾼이 일 열로 늘어서 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낚시꾼이 릴을 던지고 감는 모습이 분주해 보였다. 낚시꾼이 많아서 빈자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낚시는 포인트가 중요했다.
차에서 내려 방파제로 갔다. 낚시꾼이 난간에 걸어 둔 어망을 살폈다.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물고기였다. 성산포 낚시꾼 말이 맞았다. 나는 낚시하려는 마음이 조급해져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바닷속의 검은 물체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가 환호성을 지르자, 낚시꾼 한 명이 물고기 떼라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물고기 떼라는 소리에 숙모는 얼른 릴을 꺼내 사람 틈에 끼어 앉았다.
나는 선명한 물빛과 하늘을 보며 감탄했다. 옥빛 바닷물이 하늘과 어우러져 어느 이국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물에 넋을 놓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톡톡 쳤다. 돌아보자, 삼촌이 아이스박스에 든 라테를 가져와서 내밀며 좋지?라고 했다. 제주도로 이사하는 것을 그토록 싫어했던 삼촌이 좋지, 하고 말하자 나는 제주도? 아니면 낚시? 무엇이 좋다는 말인지 궁금해하며 커피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