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야 Jan 20. 2022

27. 엄마가 만든 생일 케이크

아이의 생일이 다가온다.

헝가리 유치원에 다닐 때 아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양 케이크를 만든 적이 있다.


초코 머핀을 만들어 생크림으로 양털을 입히고 오레오 쿠키에 얼굴을 그려 붙여주면 끝.

물론 혼자서 만든 건 아니고 제빵 프로 Y의 도움을 받았다.  일본에서 4년간 제빵과 디저트를 공부한 Y는 종종 우리를 위해 베이킹 클래스를 열어주었는데 그 시간을 통해 도지마롤 케이크, 파운드케이크, 시폰 케이크, 미니언즈 아이싱쿠키,  슈크림빵 같은 걸 배워 함께 만들었다.

우리 식구는 다들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배운 것을 집에서 다시 만들어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지만 함께 모여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시간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베이킹은 핑계고 엄마들의 수다타임이 목적인 듯. 뭐 그리 할 얘기들이 많았을까? 10대 소녀들처럼 재잘재잘 끊이지 않던 이야기들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행복하게 웃던 얼굴과 그때의 분위기, 그 시간 속 우리의 따뜻한 감정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 반짝인다.


언디 선생님께 부탁해서 아이들이 바깥놀이를 하는 동안 교실 테이블에 케이크를 올리고, 유치원 친구들을 위해 젤리, 초콜릿, 캔디를 담아 준비한 미니 상자를 하나씩 쌓아둔다. 음료와 쿠키도 한편에 준비해두면 깜짝 생일파티 준비는 끝.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면 준비한 초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 파티를 시작한다.

 선생님이 친구들과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주었는데 특이한 점은 헝가리에 있는 스페인 국제학교라 생일 축하 노래를 영어, 헝가리어, 스페인어로 세 번이나 부른 것이다. 초가 다 녹을 뻔.


친구들과 선생님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하게 웃음 짓던 아이의 얼굴이 참 사랑스럽고 예뻤다.

이후 생일파티에는 집 앞 백 년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다가 전해줬으니 엄마가 만든 생일 케이크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샘.


 "아들, 그때처럼 이번 생일에 엄마가 케이크 예쁘게 만들어볼까?"

 "아니요. 엄마. 케이크는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파는 케이크가 더 맛있어요."

 

 이런 걸 팩폭이라고 하는 건가?

 우리 아들 많이 컸구나. 이제 꼬꼬마 아가가 아니구나. 슬슬 엄마 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구나.(삐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님 주의!) 케이크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걸로 하자. 


 부모가 챙겨주는 생일은 몇 살까지 일까?

 어느 순간부터 가족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으로 채워갈까?


 아이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던 시간이 문득 생각나는 이유는 오롯이 아이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았던 나와 그 사랑 속해 행복해하던 아이, 그 시절 마음껏 사랑하며 서로가 최고로 소중했던 시간들이 그리운 건지도.

이전 26화 26. 차렷! 경례! 태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