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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26. 2022

28. 꽃으로 다시 피어난 끼끼 1세

 햄스터를 키운 지 7년 정도 되어간다.

햄스터의 수명이 짧으면 1년 반에서 길면 3년 정도 된다고 하니 한 마리가 아닌 네 마리를 키운 기간이다.

 아이는 그동안 키운 햄스터들에게 늘 같은 이름을 지어 주었다.

 "끼끼"라는 이름이다.

헝가리 동물병원에서 치료받는 햄스터를 기다리며

 우리가 맨 처음 키웠던 끼끼 1세는 헝가리 펫샵에서 분양 받았는데 펫샵 환경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몸에 진드기 같은 것이 있어서 건강하지 않았다.


 집 근처에는 소동물을 치료하는 동물 병원이 없어서 아이와 함께 트렘을 타고 먼 구역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검사 받고 예방접종도 했지만 치료 후 한달 만에 햄씨별로 떠났다.


 사랑하는 대상을 처음 잃어 본 아이의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케이지 안 딱딱하게 굳어있는 햄스터를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왔던 아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큰 눈에 가득 고인 눈물도.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며 아이의 흐느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똥]이라는 책 한권을 읽어주었다.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강아지똥이 민들레 꽃을 피워내는 데 소중한 거름이 된다는 짧은 이야기의 동화다.

우리는 동화를 다 읽고 작은 상자에 끼끼를 담았다. 정원으로 내려가 화단 한 켠에 모종삽으로 구멍을 파고 끼끼를 담은 상자를 묻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끼끼가 강아지똥처럼 예쁜 꽃을 피워내 널 다시 만나러 올거야!"


 아이는 매일 아침 유치원에 가고 오는 길에 정원 화단에 들러 끼끼에게 인사를 건냈다. 


 어느 날 아이가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끼끼 무덤에 정말 꽃이 피었어요! 끼끼가 다시 날 만나러 왔어요!"


 하얗고 작은 꽃 한 송이가 끼끼를 묻은 자리에 살포시 올라와 있었다.

 그 작은 꽃 한 송이가 우리 마음에 큰 위로를 선물해 주었다.


 위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용히 잡아 주는 따뜻한 손이 위로다.

 말 없이 어깨를 두드리며 안아주는 그 품이 위로다.

 슬픔을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는 눈물이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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