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야 Jan 08. 2022

24. 스페인에서 날아온 샤넬급 대봉시

 "2구역 ALDI 에 감 들어왔다는데 같이 갈래?"

헝가리에 대봉시가 떴다.

 

 우리로 치면 망고 같은 느낌일까? 스페인에서 수입해오는 수입과일이라 사과 1kg이 200 포린트 정도인데 대봉시 하나가 쌀 때는 200 포린트, 비쌀 때는 400 포린트 가까이했으니 제법 비싼 몸 값을 자랑하는 아이다.

한국 대봉시는 끝부분이 뾰족한 반면 헝가리에서 먹던 것은 끝이 뭉툭한 대봉 단감 느낌. 한국 대봉시는 익혀서 홍시로 먹어야 떫지 않고 맛있는데, 스페인에서 온 이 녀석은 딱딱한 상태에서 깎아도 떫지 않고 달다. 단감처럼 너무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고. 홍시와 단감의 좋은 점만 모아둔 환상의 대봉시.

늘 구입할 수 있는 과일이 아니고, 어느 곳에든 파는 과일이 아니라 대봉시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보력이 아주 중요하다.


 누군가 몇 구역에 있는 마트에 대봉시가 있다고 얘기하면 다 함께 대봉시를 사러 출동을 한다. 상자에 10개 남짓 들어있는 대봉시 박스를 한 박스, 많게는 두 박스씩 가져와 계산대에 올리면 헝가리 직원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계산을 한다.

 너무 많이 구입해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J가 남편 간식으로 대봉시를 챙겨 보냈는데 함께 일하는  헝가리 직원에게 같이 먹자고 얘기하니

"이게 무슨 과일이에요?"

"감이에요."

"감이 이런 맛이군요. 처음 먹어봐요."

"마트나 시장에 종종 보이던데,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봐요?"

"아니요. 가격이 너무 비싼 편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아요. 우리 월급으론 가족 모두 함께 먹을 만큼 구입하긴 부담스러운 가격이거든요."

라며 가격이 비싸서 잘 못 산다는 대답을 했단다.


하긴 가족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얼굴보다 커다란 빵 하나가 300 포린트 정도인데, 감 하나가 300 포린트라면 그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일 것이다.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처음 헝가리에 갔을 때 남편 회사 헝가리 직원의 월급은 우리 돈으로 40만 원 정도. 부가세가 27%라 실수령액과 회사에서 세금 포함하여 지급하는 돈은 차이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적은 봉급이라 그걸로 생활이 되냐고 남편에게 여러 번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 눈엔 값비싼 대봉시를 박스로 구입하는 우리가 어떻게 보였을까?

 

 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보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뭔가 상대적인 박탈감 같은 것 말이다. 쓰고 보니 내가 샤넬과 대봉시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고 있었네.


 샤넬급 대봉시.

 임신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그 헝가리 대봉시가 너무 먹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