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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 Jan 07. 2022

23.  냉동창고 고등어 공동구매

 "고등어 왔어. 칼 잘 드는 거 챙겨서 우리 집으로 모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등어가 왔다.

 부다페스트 외곽에 있는 냉동창고까지 다녀오려면 멀기도 하고 간다 한들 고등어가 없을 때가 많아 허탕 치기가 일수라 헝가리어 하는 직원에게 부탁해 고등어가 입고되는 날 한 박스를 공동 구매했다. 십만 원 이상 배송이 가능하다고 해서 고등어랑 새우튀김, 해산물 믹스를 함께 주문해 나누기로.


한국처럼 머리 자르고, 내장 빼내고 손질해서 주는 곳이 아니고, 바다에서 잡아 올려 급속 냉동한 통짜 고등어라 손질이 필요해 다들 집에서 제일 잘 드는 칼 하나씩 챙겨 들고 P집사님 댁으로 모였다. 팔뚝보다 커다란 고등어 17마리가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다. 함께 주문한 다른 해산물들도 잘 배달된 모양이다.

"새우랑 해물 믹스 주문한 것도 왔으니까 주문한 사람들은 갈 때 챙겨가고."

 "다들 주문하길래 저도 해물 믹스랑 새우튀김 같이 주문했는데, 해물 믹스는 뭐 할 때 넣어요?"

 "된장찌개 끓일 때도 좀 넣고, 파전할 때 넣어도 맛있어."

 "네. 오늘은 파전에 된장찌개 해야겠어요. 저는 고등어 처음 손질해요. 어떻게 하는지 좀 알려주세요."

 "일단 꼬리랑 지느러미 부분 잘라주고, 머리 자르면서 연결된 내장 빼주면 되는 거야. 자기는 주로 구이로 해 먹을 거야? 아님 조림으로 해 먹을 거야?"

 "그냥 구워 먹으려고요."

 "그럼 2등분으로 자르고 반을 가르면 돼. H엄마는?"

 "저는 둘 다 해보려고요."

 "조림용은 비스듬하게 4등 분정 도로 자르면 될 것 같아."

 고등어 전문가 P집사님의 설명에 따라 저마다 할당량을 손질해서 한 끼 분량만큼 소분한다.

 

 그동안 집사님은 무랑 파를 큼직하게 썰고 토막 낸 고등어를 넣고, 자박자박 고등어조림을 준비하고 계신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고등어인지? 냄새만 맡아도 행복하다.

 뜨끈한 밥에 매콤한 고등어 한 조각을 올려 먹어본다. 누구는 자기가 먹어 본 고등어 중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고, 누구는 제주에서 먹었던 고등어만큼 맛있다고 감탄하고 다들 고등어 처음 먹어 본 사람들처럼 흥분해서는 앞으로 식탁 위에 올려질 고등어들을 바라보며 행복해했다.


집에 돌아와 냉동실에 소분한 고등어를 넣는다.

'소중하게 아껴 먹어야지.'

 고등어 가지고 이럴 일이냐고!

 

 헝가리는 바다가 없다. 그러니 당연 해산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나라에서 공수해오는 터라 생물로 된 해산물은 메트로 같은 대형 창고형 매장에 가야 좀 구입할 수 있고, 마트에서도 몇 가지는 구할 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종류는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다. 냉동 필레 종류는 많이 있는데, 사실 생선 그림을 보고 어느 생선인지, 어떤 맛일지 잘 모르니 선뜻 구입해지지가 않는다. 대부분 대형 생선의 생선살만 발라 놓은 제품들. 유제품도, 축산물도, 과일과 채소도 참 저렴하지만 해산물만큼은 몸 값이 너무 비싸다.

 

 한국에 있을 때 친정 엄마는 생선구이를 정말 자주 해주셨다. 갈치구이, 임연수어 구이, 가자미, 조기 같은 생선을 양면 팬에 넣고 겉바 속촉으로 껍질은 바삭하게, 살은 부드럽게 구워주셨다. 맛있게 구워져 올라온 생선살을 발라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그 짭조름한 생선살이 간이 딱 맞아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뚝딱. 조림은 어떻고.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조린 갈치조림은 완전 밥도둑이다. 묵은지를 넣어 고등어와 함께 조린 묵은지 고등어찜도 김치 쭉 찢어서 고등어 한 점을 돌돌 말아 싸 먹으면 꿀맛.


 헝가리에서는 갈치도, 임연수어도, 가자미나 조기 모두 구할 수 없다. 그리운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건 그나마 저 냉동 고등어.


고등어를 냉동실에 쟁인 날 왠지 모를 든든함과 뿌듯함에 피식피식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온 건, 어쩌면 고향의 바다,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손질해 둔 고등어를 가지고 어설프게나마 소환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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