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미야 Jan 10. 2022

25. 헝가리 맨홀 뚜껑으로 뭘 했다고?


“오늘은 아이들 데리고 나가서 특별한 미술 수업을 해볼 거예요.”

“어디로요?”

“시내 다니면서 보니까 맨홀 뚜껑이 다 다르더라고요. 탁본해보면 재미있겠어요. 아이들 데리고 바찌 거리에 가보려고요.”


8명의 헝가리 교회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K 집사님이 바찌 거리로 출동하신다. 색연필과 가위를 챙겨 담은 가방을 등에 메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들. 트렘을 타고 바찌 거리로 향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한껏 들떠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왕래하는 곳은 부딪힐 위험이 있어 큰길 옆 골목에 자리를 잡는다. 마음에 드는 맨홀을 하나씩 골라 전지에 탁본을 뜨는데 생각보다 맨홀 뚜껑이 커서 시간이 제법 걸린다.

탁본이 끝나면 동그랗게 잘라 큰 상자에 붙이고, 뒷부분에 손잡이를 만들어주면 맨홀 뚜껑 방패 완성!


세상의 모든 두려움과 염려를 이겨낼 <믿음의 방패>가 완성되었다.

완성한 방패를 하나씩 챙겨 아이들이 향한 곳은?

부다페스트 시내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고프리 와플집.

원하는 휘핑과 토핑을 골라 주문하면 바삭한 와플에 얹어주는 와플 맛집이다.

맛있는 와플을 손에 들고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캡틴 아메리카도 부러워할 멋진 방패. 아이들에게 헝가리의 맨홀 뚜껑은 그저 평범한 하수구 뚜껑이 아니라 조금은 색다른 의미로 남아 있겠지? 추운 겨울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색연필로 긁어대던 맨홀 뚜껑 위 문양들, 그 속에 쓰여 있던 BUDAPEST. 맛있게 먹었던 바삭한 와플과 재잘재잘 함께 이야기 나누며 웃었던 그 모든 시간이 단단한 방패가 되어 세상을 이기며 나갈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날 만들어진 행복한 추억 백신이 아이들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 외로움의 터널을 지날 때 짠~ 하고 나타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막아서며 힘써 싸워주는 상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24. 스페인에서 날아온 샤넬급 대봉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