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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안에서

by 캐리소


장바구니 안에서

무화과통밀빵과 책이

나란히 웅크리고 누웠는데

그들이 쓰러져 나눈 대화는

장바구니 담장을 넘어

세계로까지 뻗어가고

기린처럼 성큼 그 긴 다리를 쓰다니


숲과 숲을 가로질러 놓인 이야기는

태양을 향해 헐레벌떡 움직이고

하늘 향해 뻗은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바람의 리듬에 쓰러졌다는구나


한 줌 빛이 그 둘을 가만가만

쓰다듬었다는구나


연둣빛 울음을 넣어가지고

돌아온 몸에 비스듬한 마음에

찰박거리는 스스러움에

가만 누운 그들이

서로의 숨을 나눠가지며

눈을 맞췄다는구나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벌어지고 생성되는 일이 너무 많지요.

그중에는 사물이 사물에게, 사물이 사람에게, 사람이 사물에게 건네주고 건네받는 위로와 힘도 포함됩니다.

무겁게 짊어지고 온 장바구니를 탁자 위에 놓아두고 잠시 잠이 들었을 때, 저희끼리 부스럭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말소리를 듣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들이 다녀온 대자연과의 호흡은 잠든 제게도 훅 끼치는 싱그러움이었습니다.




2023년 4월 쓴 시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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