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차 안에서
광대하고 풍성한
가을 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슬라이딩을 닮은
주행은 삭막한 지구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구도자의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
가을은
가을 안을 사는 이에게
가만히 이마를 대어 주는
선량한 거인입니다
그동안 자막처럼
제 앞을 지나가버린
모든 가을이
바람냄새를 딛고
목소리를 달았습니다
총애를 받는
그의 오라토리오를
들어보세요
이미 이별의 약속이
내재되어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이 가을의 독백 앞에
애틋한
그의 스러짐이
눈부십니다
이제 계절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살아있는 추억이 되었나 봅니다.
지난 가을도, 이제 돌아올 봄도 기억보다 빨리 사라져 시간의 뒤로 밀려갑니다.
겨우 쫓아간 끝자락 가을을 생각하며 그의 독백을 다시 들어봅니다.
2023년 11월에 쓴 시를 재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