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은
경제적인 문제도 아니고(경제적인 문제는 늘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남편과의 관계도 아니고(서로 달라서 힘든 건 당연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시댁과의 관계도 아니고(남편도 다른데 이들은 더 다르니까 기본이라 생각했다)
부모는 자녀가 부모의 바람대로 순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거기다 공부를 잘하면 더 좋고, 친구들과 잘 지내면 감사하고, 건강하면 더할 나위 없고.
하지만 그건 진짜 '바람'일뿐이다.
내용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도 예전에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있으니 우리 아이들이 속 안 썩이고 자라기를 바라는 건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정말 정말 힘든 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든 자기 자신에게든 적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다.
아이의 일탈과 아빠와의 갈등, 거기다 맞물려 사업의 기울어짐, 파산.
그 속에서 막내가 태어나 삶의 동아줄이 되어줄 줄은 몰랐다.
그때 나는 '나'라는 존재가 꾸려가는 인생 중 가장 쓴 시간을 맛본 것 같다.
온 우주가 내게 달려들어 '너 잘못 살고 있는 거야. 이래도 네가 포기 안 할래?' 하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절망스러웠고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막내를 업고 걸었던 골목의 냄새와 기도하기 위해 거듭거듭 엎드렸던 바닥의 촉감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인생에서 정말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최악은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금 너무나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보라. '지금 이게 내 인생의 최악인가? 분명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최악은 예전에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당신이 힘겨운 게 최악은 아니다. 그러니 살라, 더 힘든 날도 당신은 지나왔으니."
힘겨운 날들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라.
살아갈 용기와 힘을 선물 받을 것이다.
- 멘탈의 연금술, 보도 섀퍼.
내 최악도 생각해 보면 항상 과거에 있었다.
그런데 나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언제나 '엄마'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포기라는 낱말을 떠올리는 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는 것이니까.
뒤집어보면 엄마가 되기 전에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마음 편하게 지냈다는 말이 된다.
그만큼 내 부모님은 나의 든든한 반석이 되어주셨다.
내가 걱정하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모님은 그들의 삶을 잘 꾸려갔다.
지금도 힘겨운 건 있다.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힘겨운 거다.
사는 건 어렵고 고되다.
더구나 정신의 기본을 세워 내 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퍼질러 누워있는 것처럼 쉬울 줄 알았나?
힘겨운 날들을 기록하다 보면 기록 자체가 나를 토닥토닥하면서 잘 가도록 독려해 준다.
책은 좋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좋은 것이지만 모든 사람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서 더 특별하다.
'나는 모든 책 가운데서도 가장 평범한 책들- 성경과 셰익스피어, 밀턴과 단테, 호메로스만 읽겠다' 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다.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기 위해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추구했던 그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 나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정신을 탄탄하게 하고 논리에 약한 나의 약점을 잘 보완해 기울어지지 않는 지렛대를 만드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삶의 향기를 퍼져 가게 하고 내가 향할 방향으로 제대로 가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
쓰기와 읽기의 연합된 힘이 어떤 곳으로 흘러갈지 기대하면서.
살아갈 용기와 힘이 될 것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