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너질 데를 보수하는 자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다.
그런 자는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며 주어진 일거리를 잘 감당할 것이다.
타인의 피에 내 안이 죄악으로 더러워지지 않으며
혀에 악독이 없고 입술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명절은 여러 인간군상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나의 새내기 시절부터 젊은 시간을 거쳐 결혼 관계로 묶인 영혼들이 세파에 시달리면서 어떤 모습으로 스러져가는지 목도하는 시간이 된다.
그들은 자기가 상대를 괴롭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술에 힘을 빌어서 정신을 놓고 자기 자신을 물어뜯는다.
정신을 잃어버린 사람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공허한 안부가 넘나들어도 오래된 가족 특유의 편안함은 있었는데...
어린 아기 때부터 봐왔던 조카들이 어린 영혼을 잃어버리고 성숙과 천박함을 교차해 가며 늙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감당할 수 없다면 대면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명절이라는 이름에 이렇게 우리는 묶여버렸다. 술이 잡아먹어버린 존재와는 대화 따위는 불가능하다.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무너질 데를 보수하는 자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나?
아침에 내게 이 말씀을 기억하게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태를 견디고 매듭지어야 하는 걸까?
주사를 부리던 아이는 선을 훌쩍 넘겨버리고 급기야 큰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하고 할머니를 몰라본다.
깽판, 땡깡의 발광이 벌어진다.
울다 웃다 협박했다 자신도 모르는 외계어를 가래침처럼 내뱉는다.
술에 너그러운 대한민국이 술 때문에 벌어지는 미친 짓은 차고 넘친다.
폭우 속에서 두 남자와 한 여자는 미친 짐승을 몰듯이 내달린다. 짐승에게는 제압이 필요하다.
자신도 불태워 버리고 가족들 모두를 다치게 한다.
짐승에게는 마취총이 제격이다.
결국 신고로 끝났다.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생명은 불처럼 주변을 태워 버린다.
자책과 후회는 전쟁의 상흔처럼 남겨졌다.
비록 사건은 종지부를 찍었고 우리 집의 평화도 다시 찾았지만 이제 명절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무너진 곳을 보수하는 책임은 주인에게 달렸다.
가정의 안녕을 지키려면 나 자신이 단단히 서 있어야 하고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일에 타협은 없다.
명절은 그만!!
이렇게 얼굴 보는 것은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올 법한 사건은 이렇게 끝났다.
* 이사야 58장 12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