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귀

by 캐리소

딸,

며칠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축하 전화를 하는 엄마목소리가 기쁨의 레일 위를 구르는 것 같았지?

평소보다 들뜬 엄마가 느껴졌는지 네가 좀 놀라더라.


생일을 맞이하면 넌 너의 탄생을 온몸으로 기뻐했었어.

장장 4주 동안 주말마다 파티를 하고 친구들과 즐겼어. 그야말로 생일 달을 만끽하면서 네가 살아있음을 드러냈잖아.


그런데 이번엔 다르더라.

아이들과 가족 모두가 연탄봉사를 했다지?

연탄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첫째의 바람을 십분 반영한 너희 가족의 협동이 네 생일을 빛나게 했다는 생각에 엄마가 좀 흥분했어.

와, 진짜 잘했다!


정작 요청을 받은 너희 부부는 속으로 뜨악했다고 했잖아. 그래도 첫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하루를 온통 바쳐서 온몸을 불태웠겠지. 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고무된 네 남편은 두 배 세 배 열과 성을 다해서 지게를 졌다지.

후들거려 통증에 제 멋대로 걷는 다리를 선물로 받았지만 마음만은 행복에 겨웠다는 너희들의 표정. 그 모습을 상상하니 엄마 마음에 감동의 잔물결이 조용히 지나가더라.


전해 듣는 마음이 정말 좋았어.

그러면서 엄만 내심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너희들을 키우면서 나름 애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연결된 이웃들에게 시간과 물질, 그리고 마음을 쓰는 일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어른으로서 닮아도 괜찮은 모습을 너희에게 보여주지 못할 때가 많았어.
엄마가 무지해서 놓쳤고 섬세하지 못해 그냥 지나쳤거든.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맘이 아프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내가 너희들에게 주지 못한 시간이 떠올라 찌르르한 통증도 느껴지더구나.

사는데 바빠 서로 나누는 소중한 가치를 놓쳤어.

그래도 넌 조금씩 아이들에게 배워 눈뜨는 것 같아 다행이야.


그래서 지금 네가 아이들의 바람을 잘 듣고 아이들과 함께 그런 가치를 고민하며 조율하는 모습이 좋더라고.

네 첫째가 내미는 손을 잡고 환해지는 상대의 눈빛을 첫째는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의외로 아이들은 자신의 영혼이 원하는 걸 놓치지 않아. 어른의 딱딱한 인식을 옆으로 치우고 깊이 숙고한다면 말이야.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의 바람에 마음을 열어놔.

무조건 아이의 판단에 맡기라는 얘기가 아니란 건 알지?

평소에 아이들의 마음이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 어른이라면 모두를 풍성하게 하는 영혼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있어.


그러려면 아이를 존중하고 그들의 인격을 인정해 줘야 하잖아. 다소 귀찮고 하찮게 여겨지는 어떤 일을 진득한 인내로 기다려줘야 할 때도 있을 거야.

사실 너도 그게 가장 어렵다고 했잖아.


어떤 경우든 누구에게라도 배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어려움의 쪽문을 조금은 열어둘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말이야.


엄마도 이 나이가 되어서 아주 조금 느껴지는 거라 네게 강권하지는 못할 것 같아.

그냥 이랬다는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는 정도지.


그러니까 지금처럼 아이들을 끌어주다가도 앞자리를 슬쩍 아이들에게 넘겨 봐. 그럼 의외로 너희들의 어려움이 쉽게 생각될 때가 있을 거야.


딸,

지금처럼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지내.

엄마도 기쁘게 같이 배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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