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에게도 이번 명절이 특별하다고 했지?
3년 만에 온 가족이 다 모인 명절이라서.
결혼한 언니의 시간과
늘 불규칙한 너의 휴일이
우리를 한 자리에서 만나기 힘들게 만들었잖아.
게다가 네 분의 조부모 중
한 분 밖에 안 계신 친할머니 얼굴도 볼 수 있는 명절이라고,
너 엄청 설레어했어.
나이는 많지 않아도,
두 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가까이에서 작별한 경험이
너를 많이 성숙하게 한 것 같아.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를 사랑했던 네게는 그분들과의 작별이 많이 힘들었지.
이틀 동안 함께 지내다가 고모네 집으로 돌아가는 친할머니를 꽉 끌어안고 한참을 있던 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더구나.
할머니와의 만남이 스러져가는 모래알처럼 언제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넌 알지.
할머니께 신나게 손을 흔들던 엄마의 마음이 조금 뻘쭘하고 살짝 부끄러웠다.
그저 눈물을 훔치는 너의 등 뒤에서 엄만 티 안 나게 너를 위로할 뿐이야.
이제,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상을 시작해야 할 널
역까지 배웅하고 돌아왔어.
새로운 한 쳅터로 나아가는 너의 두려움과 걱정 앞에서
엄마는 별달리 해줄 말이 없네.
그냥
네가 가고자 하는 그 길 위에서
네가 그린 그림을 얹어도 돼.
틀려도 괜찮고
아니어도 괜찮아.
아무것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고,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네가 뭘 원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단다.
아이야,
인생을 찾아 나서 봐.
어른들이 놓아주는 패는 너무도 한정된 패야.
그들이 네 환경이긴 하지만 그들은 네 시대를 살지 않았고 어쩌면 자신과 너희들을 어두컴컴한 미래로만 재단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선 일단 긍정하고 열어놔 봐. 그 환경이 만들어진 데는 어떤 필연적인 연유가 있지 않겠니?
의식이 확장되면 불평하기보다는 이해하게 된단다.
어떤 사태를 볼 때 내가 보지 못한 이면의 모습을 열어 두게 돼. 그게 어떤 모습일지, 어떤 이유로 이 모습인지 판단을 유예하게 돼.
함부로 단정하는 실수를 줄이게 한단다.
네가 조부모를 사랑했던 그 마음으로,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그들을 그들 자신으로 받아주었던 그 마음으로
너를 봐주도록 해 봐.
네 길은 너밖에 모르니까.
남들 따라서 갈 것도 없고,
남들 뭐 하나 궁금할 것도 없이.
온전히 네가 만들 네 길은 너밖에 모른단다.
그러니 지금은 안개처럼 모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도 네가 만드는 길이 너의 길이고 그것이 지금의 네게 가장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믿으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감정은 믿지 않지만
그 감정을 잘 다스려 너를 옳은 곳으로 데려갈
너의 선택은 믿어.
섬세한 너는 다른 사람의 처지나 마음을 무시하지 않을 것을 믿고,
다정한 너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른척하지 않을 것을 믿고,
네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성의를 다할 것을 엄만 믿는다.
그 믿음만이 너를 응원하는 에너지가 될 것을 아니까.
그러니까 아이야,
걱정 말고 걸어라.
네가 결심하고 결정한 방향으로.
험하고 어려운 일이 가로막아도 옳고 선한 방향을 선택할 너 자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