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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며칠을 지내다가 집에 오는 날,
너의 삶을 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편치 않구나.
엄마의 것이 아닌 네 것인데...
너는 너의 삶을 살고 엄마는 엄마의 삶을 일구면 되는데.
그건 엄마 꼬랑지를 붙잡는 너의 귀여운 투정 때문이지.
'나도 아빠랑 동생만큼 엄마가 필요하다구!'
서른이 넘은 성인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릴 때 채워지지 못한 정서가 지금의 아쉬움이 되어 청구서를 내미는 게 아닌가 해서 잠시 멍했어.
하지만 다시 마음을 정리해야지.
그건 황사처럼 얼른 지나가 버려야 할 바람이고 감정이니까.
어쩐지 어제보다는 부쩍 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의 물줄기가 내 안의 근원까지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면 악마에게 갔다가 다시 돌아오라는 소로우의 일침이 엄마를 일깨워 줘.
근원까지 파고들었을 때, 응징을 받을 일이 있다면 그걸 받을 자세가 되어야 하는데 엄만 늘 두렵다.
내가 온전히 받지 않으면 그 응징이 너희에게 갈까 봐.
엄마가 치러야 할 건 엄마가 다 치르려고 해.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했던 일이 늘 아픈 반성으로 남아 있어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말 잘 안되는구나.
사실 뭘 알아서 그런 말을 했던 건 아니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감각이 사라질까 봐 그런 거지.
진짜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의존해야 할 것에 의존하고 분리해야 할 것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해.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자신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우린 다른 곳에서 의존할 거리를 찾는 경향이 많아.
그래서 엄마가 존경하는 성현들은 반드시 혼자서 가야 한다고 하나 봐.
그러려면 고귀한 마음을 갖고 충실한 의지로 서며 밝은 시야가 필요해.
지금 너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지.
현재 상태로 나를 한정 짓지 말고 더 좋아질 나를 믿어보려고.
예술이 피어나는 곳이라면 영혼은 어디에서나 예술을 창조해.
그리고 각자가 찾아 헤매는 예술의 모델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어.
아직 엄마도 찾고 만들고 그리는 중이야.
우리 안에 있는 창조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고귀한 마음으로, 충실한 의지로, 밝은 시야로 바라보면서.
너에게서 너의 예술을.
엄마에게서 엄마의 예술을.
그렇게 우리 삶을 진정으로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