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by 캐리소


책장을 넘기다가 밑줄이 그어진 이 문장에 또다시 눈길이 머무른다.

나는 여전히 시를 사랑하나?

시의 바닥에 있는 목소리를 알아볼 줄 아는가?

시는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 기울여 진짜 내 심연을 쓰는 일이라는데 말이다.


전에 다른 브런치북에 이 문장을 옮겨 쓴 적이 있다.

그때의 글을 보면 난 시를 향한 소로우의 마음이 시인의 자세 그 자체임을 말하고 있다.


테드 휴즈는 그의 저서 '오늘부터 시작(詩作)'에서 시는 우연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며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순간적으로 또는 영원히 변화시키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가 제시하는 시에 대한 생각은 그의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 이어서 더욱 위대하다.



자신만의 느낌을 포착하는 것.

위대한 시인이 느끼는 초원의 표현.

소로우도 온몸을 땅에 딛고 선 시인의 발밑을 눈여겨보고 있다.


시의 폭은 대양처럼 깊고 우주 전체를 보듬을 정도로 넓다.

무지개를 껴안는 일만큼이나 신비로운 일이 시를 소화하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나 시를 쓸 줄도, 그 속에 있는 본질을 알아볼 눈도 없지만 시를 향한 마음은 아직 짙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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