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천 가지 생각의 서랍을 모두 닫아버리고
바로 걸어 나가야
되는
그런 일도 있는 법이야
지금이 그때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가을의 첫 문을 열면
거기 석양 밑에 아이 하나가 있다
집을 잃어버리고 발 끝이 추운 아이
늘어져 있는 전깃줄에
버석거리는 물음표를 달고
침묵이 고요함을 얻어서 더욱 무거워질 때
이 고요를 깨뜨릴 새들의 웃음소리와
너의 등장이 필요하다.
환기하는 한낮의 졸음에
탁자 위에 모로 누운 너는
쪽잠을 부려놓고
나와 마주한다
너무 오랜 고요가 무거워
그만 내려놓고 싶을 때
너의 목소리를 기다리다
잠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