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울음소리
병원에 오면 새삼 내가 건강한 게 감사해진다.
참 간사하게도
췌장에 작은 혹이 있어서 오늘 정기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왔다. 피를 뽑기 위해 접수를 하고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실시간으로 바뀌는 번호판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이 쫓아간다.
내 뒤에 앉아계시던 남성 두 분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 하시는 게 들린다
'혈관을 찾기 어려운가 봐'
간호사가 아기의 팔이며 다리며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격해진다
엄마는 아기가 요동치지 못하게 손으로 몸을 누르고 있고 아빠는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내 피를 뽑는 순서가 와서 자리에 앉았다
바늘이 들어가고 피가 빠져나가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 따끔거림도 없이 내 신경은 온통 아기에게로 그리고 아기의 부모에게로 향한다
'내가 저 부모라면....'
얼마나 마음이 미어질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부모가 느껴야 하는 그 무력감에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눈물이 고인다 누가 봤다면 피 뽑는 게 아파서 우나 싶었을 것 같다
내 할 일이 끝나고 그 아기와 부모를 지나쳐 오면서 기도한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게 해 주세요'
내 몸속에 있는 혹도 예쁜 모양으로
동그랗게 그 자리에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