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

by totalmusicq

#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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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은

세속적인 욕망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살 각오를 다지는 마음이리라!

다 커서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은

주변의 시기와 만류 그리고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써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고

힘이 들어 불안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엄니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아이로 변했을 때

티브이에서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생방송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네 손가락으로 무슨 피아노를 친다는

말이고? 하면서

콧방귀를 뀔 때 정말 감동이

밀물처럼 파도치면서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꿈이 실현이 될 때까지 이십 대 시절로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 당시 나는 운이 좋게도 관공서에서 근무를 했다.

어느 날 금융계에 일하는 마음씨도 아리따고 미모가 눈부시게 출중했던 단짝친구가

"따르르르릉"

내게 연락해서

"정화야! 우리 집 앞에 피아노 학원 있는데

같이 다닐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체질자체가 예술인 기질이기도 하고

또한 거절을 잘못하는 성격유형인지라

흔쾌히 승낙을 하였다.

일에 시달리고 퇴근해서 유일한 낙은

베스트프렌드와 만나서 뽀뽀뽀 동요 치는

것이었는데

"정화야! 미안해 은행 업무가 늦게

마쳐서 학원 못 가겠다."

이런 시간들이 늘어났다.

나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나의 형편에 거금을 냈기 때문에

일 마치고 버스를 갈아타고

러시아워 시간대에 비록 부대낄지라도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몇 번을 또 갈아타고 산만덕에 있는

학원을 땀 뻘뻘 흘리면서

고른 숨 내쉴 때까지 겨우 도착했다.

첫날 등록한 이후 빼고는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배우려고

하는 마음에 늘 소낙비를 뿌려댄다는

느낌 지울 수 없었다.

안경 쓰고 날카롭게 머리 짧은 원장님이

불친절하게도

내가 막상 몰라서 두어 번 정도 물어보면

인상을 쓰는 것도 모자라서

이 쉬 운 것도

못치느냐듯이 볼멘소리로

억지로 가르쳐주는 태도를 갈 때마다

보이는 것이다.



내게는 지울 수 없는 쓰라린 아픔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불의의 사고로

준비 없는 이별 속에 떠나보내야만 했었다.

한 사람이 없는 빈자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이십 대부터 유언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도 바빠서 안 다니는데 우리 집 하고도

거리가 꽤 멀고 차비도 만만찮게 드는 점과 불친절하기까지 여러모로 아니다 싶어서

나는 그곳에 등록한 지 일주일 다되어갈 무렵

오늘도 짜증내면 편지 쓰고 그만 다닐 것이다라고

각오하고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변함없이 특유의 성미를 드러냈다.

나는 피아노를 치다 말고

주변에 종이와 필기도구 준비해서

쪽지를 차곡차곡 써 내려갔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초보를 탈피하여 기필코

양손을 자유자재로 치면서

그날이 오면 당신 앞에

다시 나타나겠노라

그러한 내용인 것으로 떠오른다.


막상 전액 내고도 그만큼 분량 다 못 채우고

어쩔 수 없이 떠난다는 안타까움

교차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오기를 심어준 원장님으로

좋게 생각하기로 음을 먹고

다른 학원에 등록하였다.

그 후로 오랫동안 피아노 삼매경에

빠져 살 수 있었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를 두고

열손가락인

나의 손을 펼쳐 보이면서

건투를 빌고 또 빌었다.

낳으시고 길러주셔서

측은한 우리 엄마

딸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 드리자라는

취지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기에

아는 노래가 나오면

신명 나게도 노래를 따라 부 수가

있는 것이였다.


네 손가락도 치는데

하물며,

열손가락 나의 손가락이 못할쏘냐

지금까지도!!!

그것만이 내 세상처럼

앞으로도

상실감을 채워주는 평화의 도구 남아

누군가의 지친 날개를 활짝 펼쳐줄 것임을

믿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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