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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Dec 10. 2021

내가 아이고 했더니 아이가 허리야 한다

엄마도 조금씩 자라는 중입니다.

어느 날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면서 "아이고 ~" 했더니 옆에 있던 아이가 "허리야~" 한다. 허리가 좋지 않은 내가 무심결에 아이고 허리야 했던 말을 아이가 들은 것이다. 그간 아이 앞에서 무심결에 아프다고 한 말을 아이가 다 듣고 있었나 보다. 어찌나 놀랍고 민망하던지


또 다른 어느 날은 아침에 늘어져라 늦잠 자는 남편을 깨우러 아이를 안방으로 보냈다.

"봄아 방에 가서 아빠 일어나세요 그래 ~"

내 말은 들은 아이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여보! 눈떠! 이제 그만 일어나!" 한다. 세상 까칠한 말투로... 그렇다 부정하려야 할 수 없는 내 말투다. 꾸벅꾸벅 졸던 남편도 정신이 확 들었다고 한다. 아이는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편에게 무심결에 한 말과 행동조차 아이는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다. 


이런 적도 있다. 남편이 세면대에 발을 올려서 씻었나 보다. 뒤에서 아빠를 조용히 보고 있던 아이가, 자기 주방놀이 싱크대에 발을 올려 갖다 댄다. 자기도 외출하고 왔으니 발을 씻는다며. 


이런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차고 넘친다. 아이 행동이 그저 귀여워 웃어넘길 때도 있지만, 얼굴이 괜스레 화끈거릴 때도 있다는 건 그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행동, 말투 하나 아이는 우리를 보고 닮는다. 오죽하면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남편과 편하게 주고받은 말들이 아이는 듣지 않고 있는 듯해도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는 그저 말을 따라 하는 정도를 넘어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아이는 읽어 내고 있었다. 순수한 아이를 통해 나를 한번 돌아보게 된다. 부정적인 말과 행동보단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하려 노력하고, 좀 더 잘 웃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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