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접어든 님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두줄
우리 부부에게 봄이가 찾아왔음을 알게 된 날
18년 6월
그렇게 임산부가 되었다.
지독히도 힘들다는 입덧 한번 없이
순조롭게 지내던 그해 8월의 어느 날
불현듯 나를 찾아온 생각
계절 관계없이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한여름에 딸기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 간절히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맥주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지만
딸기 생각은 좀처럼 떨치기가 어려웠다.
남편에게 조르고 조르길 며칠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한여름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한다.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펑펑 났다.
아쉬운 대로 냉동딸기를 사서 우유에 갈아 마셔 보지만 한입 가득 베어 무는 그 향긋한 딸기맛이 아니다.
남편은 입덧도 안 하는 임신한 아내가 처음으로 먹고 싶다고 말한 딸기도 못 구해 준 남편이 되어버렸다.
그해 겨울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딸기를 보았을 때 남편은 가격도 보지 않고 제일 크고 좋은 딸기를 덥석 두팩 집어 들었다.
사이좋게 손잡고 집으로 돌아와 한여름에 못 먹은 그 딸기를 야무지게 한팩 비워냈더랬다.
평생 먹은 딸기 중 가장 달고 맛있었다.
그날 이후 생전 퇴근길에 뭘 하나 사들고 오는 법이 없는 남편이 딸기만은 종종 사 오고 했더랬다.
그리고 봄이 와 만나던 그날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애매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었다. 진진통은 숨도 못 쉬게 아프다던데 난 정말 무딘 건지, 난 그 정도로 아프지 않은 것 같아 퇴근하는 남편에게 배는 아픈데 긴가민가 하다며, 순대국밥이 먹고 싶으니 포장 해오라는 주문까지 하고 여유만만하게 쉬고 있었다.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진통을 느껴가며 순대국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내고, 그때도 어김없이 사 온 딸기까지 다 먹었을 때쯤 진통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진통 주기가 그 정도면 당장 내원하라고 한다. 그 길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봄이를 만났다.
양가 부모님께 "방금 병원 왔어요" 전화를 함과 동시에 "봄이 태어났어요" 하고 소식을 전한 것이다.
아무것도 몰라 용감하고 무딘 초산모는 든든하게 밥과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그 길로 진짜 엄마가 되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
봄이의 최애 과일은 단연코 딸기다.
엄마 배속에서 한여름에 못 먹은 그 마음을 대신하듯 오물오물 어찌나 잘 먹는지 다 먹고 나면 아이에게서 솔솔 나는 딸기향이 행복이다.
엄마 아 ~ 하고 딸기 한입 내밀어 주는 그 마음에 행복을 느낀다.
아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을 알 것 같다. 한여름에 딸기가 먹고 싶어 엉엉 울던 나는 아이 입에 오물오물 들어가는 딸기만 봐도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