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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Dec 23. 2021

쇼핑몰에서 뒤집어진 그 아이가 내 아이라니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얼마 전 지인의 아이에게 선물할 일이 있어 남편과 나, 아이가 같이 쇼핑몰에 들렀다.


사건의 발단은 아동복 의류 매장 맞은편에 장난감 가게를 지나치면서 였다. 아이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곳으로 직행했고, 내가 선물을 사는 동안 남편은 아이와 잠시 구경하고 있겠다기에 금방 오겠다는 말을 남기곤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 5분 정도 흘렀을까, 얼른 선물을 고르고 계산을 하는데 익숙한, 그리고 엄청나게 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내 아들 봄이였다.


장난감 가게에서 구경을 하다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생겼는지 그걸 집에 가져가겠다고 남편에게 말을 한 것이다. 남편은 오늘은 장난감을 사러 온 것이 아니기에 구경만 할 수 있다고 거절했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의 울음이 터졌다.


나도 남편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이가 자라고 다양한 욕구가 생기면서 겪게 될 과정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닥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단호함도, 최대한 노력한 차분한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비타민 사탕도 과자로도 달래지지 않는 아이의 울음. 결국 아이를 둘러업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쇼핑몰에 상당히 큰 규모의 놀이시설이 있었고, 그 놀이터에서 1시간 남짓 신나게 뛰어논 후에야 아이의 마음을 좀 달랠 수 있었다.

그렇게 잊은 줄 알았는데, 그때의 속상함이 계속 남았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잠들기 전도, 다음날 아침에도 아이는 울먹이며 그때 상황을 이야기했다. 결국은 곧 오실 산타할아버지를 소환해서 할아버지께 소원 빌 어보자로 겨우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우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장난감을 원하는 만큼 다 사줄 수도 없고, 더군다나 떼를 쓰면서 우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장난감을 쥐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남편도 어느 정도 내 의견에 동의를 하면서도 퍽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원하는데 그냥 한번 사줄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나중에 돼서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것도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참는 아이가 되면 어쩌나 걱정된다고도 했다. 나도 그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아이가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지, 굳이 거기서 아이를 울려가며 속을 상하게 하고 마음이 편했을까. 더군다나 남편의 걱정이 현실이라도 된다면, 그날의 나의 대처를 너무나 후회할 것 같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유혹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집 앞에 길가만 걸어 나가도, 장 보러 마트에 잠시 들러도 아이의 눈을 유혹하는 온갖 장난감들을 만난다. 피해 다닌다고 피해 다니는데도, 여지없이 아이의 눈에 띄고 만다. 아이가 저건 뭐야 하고 물어보는데, 설명을 안 해줄 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런데 나 역시 새 물건을 보면 관심이 가고 갖고 싶기도 한다. 그 걸 못 참고 결국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엄마인 나도 그걸 못 참고 실수를 하는데, 이제 세 살 된 아이에게 그런 개념을 알려주고, 규칙을 정하는 일이 쉬울 턱이 없다. 엄마 아빠도 매번 흔들리고,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노력할 것이다. 


 



 이제 이틀 후면 크리스마스다. 아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오신다. 그런데 그 선물이 매일 바뀌니 이 또한 난감하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몇 가지 준비를 해두긴 했다. 선물을 열어보며 아이가 즐거워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씩씩하게 잘 참고 기다린 소중한 보상임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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