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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Dec 20. 2021

국민 육아 템 이전에 체력을 준비했더라면...

어쩌다 시작된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의 기록

손목터널 증후군, 드퀘르벵, 건초염... 듣기만 해도 생소한 이름들


내가 육아를 시작한 이후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의 몇 가지 대표 이름이다. 운동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았지만, 체력과 건강 하나는 자신 있던 시절이 있었다. 흔한 감기 한번 1년에 한 번 앓을까 말까, 이 정도로 병원을 안 가는데 매달 나가는 실비보험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5시간 내외라도 커피 한두 잔이면 하루를 멀쩡히 살아냈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달라졌다.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체력은 바닥을 치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그렇다고 마음껏 아플 수도 없었다. 남편이 있어도,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왜 아빠가 누워있는 건 그냥 두면서 내가 잠시라도 누워 쉬려고 하면 달려와 놀자고 조르는 것인지,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은 날은 아이에게 서운함과 화가 나기도 했다.


"엄마도 좀 쉬자 진짜."

 

 아프다고 골골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 3년 골골대니 남편도 걱정은 하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또 서운하고 괘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 몸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을 몰랐다. 그냥 집안일에 육아에 바쁘니까 나를 늘 등한시했다. 아이가 자고 나면 하루의 스트레스를 야식과 맥주 한잔에 풀고, 식사는 늘 대충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회복될 턱이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진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올해 2월부터 집에서 하는 홈트를 시작했다. 평생 운동이라곤 하지 않은 내가 운동 프로그램도 신청하고, 스스로 홈트도 하면서 체중감량도 조금 하고, 먹는 것도 대충 때우는 끼니가 아니라 균형식으로 챙겨 먹으려고 했다. 차려먹기 힘들 땐, 도시락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운동을 한다는 것, 나를 위한 식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울했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아픈 곳은 많지만, 그래도 회복해 가는 기간이 점점 짧아져감에 감사한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남편이 육아를 나눠 함으로써 나의 몸 회복이 더 빨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나는 현상유지, 남편은 내가 겪은 질병을 얻으며 안 좋아지는 중이다. 육아가 나보다 체력이 조금 괜찮았던 남편마저도 골골대게 하는 심술을 부린다. 아이는 하루에 수십 번 책 읽어줘, 안아줘, 놀아줘 하며 엄마를 불러대고, 그 와중에 떼 도쓰고 고집도 부린다.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다. 체력이 남아 있는 날은 아이의 떼와 고집에도 견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 있는 순간이면 인내심도 사라져 버린다. 아무리 육아서를 읽고, 좋은 강연을 들어도 소용이 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체력이 바닥이니 당최 감정이 주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몸을 돌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체력 하나 믿고 있던 남편도 공동육아를 하면서, 체력 고갈을 맛보더니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눈치다. 왜 그 누구도 아이를 키우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미리 말해 주지 않았을까. 어차피 들었어도 운동을 안 하긴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땐 그저 아이를 쉽게 키워준다는 국민 육아템 사모으기에 바빴다. 그 때 스트레칭이라도 한 번 더, 걷기라도 한번 더 할걸 후회가 된다. 


세상에 모든 예비부모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육아에 필요한 것은 국민 육아템 이전에 체력이라고. 진짜 체력 기르기만은 꼭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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