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정확히는 꽃 선물이 왜 좋은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길에 핀 들꽃은 이름을 몰라도 그저 소담스레 보기라도 좋지,
굳이 몇만 원이나 주고, 먹지도 어디다 쓰지도 못하는
시들면 처리하기도 애매한 그 선물이 왜 좋은지 이해가 잘 안 됐다.
연애 시절부터 가끔 꽃을 선물하는 남편도
나의 숨길수 없는 시큰둥한 반응에 이젠 꽃 선물은 아예 안 해준다.
그렇다 보니, 장미, 백합, 튤립 정도 외엔 그다지 아는 꽃도 별로 없었다.
그런 내가 조금 특별하게 좋아하는 꽃이 있다.
향기만 맡아도, 그 샛노란 색만 봐도
봄이 온 것 같은 괜한 설렘이 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를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대해 준 담임선생님이 계셨다.
가정환경 때문이었는지 어딘가 그늘이 져있던 나를 따로 불러 책과 편지를 건네주셨다.
그 속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려운 일 있어도 기죽지 말고 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일부러 방과 후에 내가 할 만한 일거리를 주고, 간식이나 문제집도 챙겨 주시곤 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 따뜻하지만 낭랑한 목소리, 환한 미소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선생님의 그때 그 모습이 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가끔 하는 전화 통화에도 선생님의 목소리는 그때와 변함없이 여전하시다.
그런 어느 날
교실에 선생님 책상 위에 프리지어 한 다발이 예쁘게 꽂혀있었다.
처음 보는, 향도 아주 좋은 예쁜 꽃이었다.
"선생님 이 꽃 너무 예뻐요. 이름이 뭐예요?" 하고 여쭤보니
"프리지어 라고해.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정말 예쁘지?"
그날의 짧은 대화 속에 나의 선생님이 프리지어를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프리지어는 내게 언제나 선생님과의 추억이 떠오르는 특별한 꽃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나,
선생님을 다시 찾아뵙게 되었을 때 프리지어 한 다발을 선물해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언젠가는 할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꽃집을 지나는데 프리지어가 너무 예쁘기에,
할머니께 꽃 한다 발을 선물해 드렸더니
80 평생 꽃 선물은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환하게 웃으시던 기억도 있다.
프리지어의 계절인 봄이 오면,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묘한 설렘과 함께 그 두 분과의 따뜻한 추억이 떠올라,
나에게 프리지어 한 다발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