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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Nov 24. 2021

매일 아침 "오늘 우리 어디 가요?"를 외치는 아이

어쩌다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봄이. 3세 남아. 우리 부부의 소중한 아들이다. 봄이 돌 즈음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곧 잠잠해지겠지 라는 마음이었으나,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자의 반 타의 반 가정보육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두 돌쯤 되면 기관에 보내고 공부를 하며 재취업을 하든, 새로운 일을 구상할 계획이었고, 그에 맞게 어린이집에 입소대기를 걸어둔 상태였다. 코로나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내는 기관인데 온종일 마스크를 씌우는 것도 마음이 좋지 않고, 기관에 가면 자주 아프다던데, 아프면 어쩌나, 가뜩이나 걱정과 불안이 높은 나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결국 입소 날이 다가왔고, 일단은 적응기간이라도 가져보자는 남편과 주변인들의 권유로 하루 2시간 어린이집 적응시간이 시작되었다. 적응기간을 가진 지 4일째 되는 날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도 워낙 잘하고 있는 아이이고,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더 철저히 손발도 씻고 신경을 썼는데도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니 덜컥 겁이 났다. 아이가 아픈 것이야 우연 일 수도 있고, 집에 있었더라도 아팠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괜히 내 욕심에 아이를 기관에 보냈다가 아이가 아픈가 싶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길로 아이는 어린이 집을 퇴소했고, 다시 자의 반 타의 반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가정보육은 아이와 늘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아이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나도 사람인지라 여유로운 커피 한잔의 휴식이 간절해진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를 태우고 운전을 해서 밖에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단언컨대, 운전은 가정보육의 질을 높여준다.


특히나 아이가 집에서 낮잠을 거부하고, 차를 타야만 잠이 들 때면 스타벅스 DT를 찾아 커피 한잔을 사서 한적한 공원에서 아이가 깰 때까지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하는 집 앞 놀이터와 동네 산책이 지겨워질 때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평일에 한산한 박물관이나, 미술관, 근교 공원 나들이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새로운 곳에 가니 좋고, 나는 운전석에서 아이는 뒷자리 카시트에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우리의 시간이 나에게 휴식이 되어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오면 나도 아이도 기분전환이 되고 좋았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순간이었다. 남편이 퇴사를 하고 함께 육아를 하면서 우리의 외출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평일에 아이와 함께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 가면 주말에 비해서 한산한 편이라 전세 낸 듯 편히 놀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들을 만나러 하루가 멀다 하고 부지런히 다녔다. 오죽하면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오늘 우리 어디 가요?" 였을까. 아이와 둘이 외출할 땐 혼자 이고 지고 했던 많은 짐들도 남편과 함께 나눠 들 수도 있고, 제법 먼 거리도 든든하게 운전해주는 남편이 있으니 나도 좋은 요즘이다. 매일 어디 갈지를 정하는 일도 준비하는 일도 힘들긴 하지만, 아이의 진정으로 즐거운 리액션 덕에 힘이 난다. 훗날 아이가 이 순간을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와 엄마 그리고 봄이가 이렇게 오롯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정말 행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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