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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22. 2023

네가 엄마손을 밀쳐 내던 날

아이가 세 돌 때쯤 됐을 무렵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아이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킥보드에 관심을 가지기에

이제 사줄 때가 되었나 보다 하고

어린이날 선물로 킥보드를 사주었다.


선물을 받자마자 놀이터로 끌고 나가

발로 몇 번 밀어보더니

이내 타기 싫다며 킥보드에서 내렸다.

그렇게 아이의 첫 킥보드는

1년을 넘게 우리 집 현관을 지켰다.


우리 아이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 편이다.

덩치는 또래보다 1-2살 많아 보이는데

행동은 1-2살 어린 동생들 보다도

굼뜨고 겁이 많았다

다른 아이들은 날다람쥐처럼

놀이터를 쉴 새 없이 누비는데

우리 아이는 미끄럼틀 한번 타도

무섭다며 목이 터져라 엄마를 불렀다.


놀이터를 둘러보니

다른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폰도 보고 잠시 쉬는데

나는 매번 아이옆에 딱 붙어 있어야 했다.


"이제 혼자 좀 놀면 좋겠는데..."

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조심성이 많으니 다칠 일도 적고 괜찮네.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 마음을 달랬다.


우리 집 현관을 지키던 킥보드도 그랬다.

1년을 넘게 현관을 지키다가

작년 가을쯤 킥보드를 끌고 산책을 다녔다.

몇 번 발을 굴러보더니

여전히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이내 엄마를 찾는다.

아이는 킥보드에 두발을 얹고,

나는 한 손으로 킥보드를 끌었다.

아이키에 맞춘 손잡이에 어정쩡하게 몸을 기울여

한 손으로 킥보드를 끌고 다니노라면

그날은 여지없이 손과 허리에 탈이 났다.

기어이 엄마가 끌어주는 킥보드를 타고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손이 좀 나아지면 또다시 킥보드를 끌고 산책을 다녔다.


"이제 혼자 좀 탔으면 좋겠는데..."

라는 마음이 또다시 들었지만,

조심성 덕에 킥보드 타다 다치기라도 해서

심장 철렁할 일 없었으니 그것도 괜찮겠거니

하고 다시 마음을 달랬다.


그러던 아이가 얼마 전

혼자 킥보드를 타보겠다고 한다.

쌩쌩 날래게 타고 다니는

친구들보다는 영 어설프지만

그래도 발구르기 동작이 제법 야무져졌다.


그리고 오늘 어린이집 하원길

구부정한 자세로 내가 끌어주던 예전과는 달리

아이는 스스로 발을 굴러 킥보드를 타고,

나는 그 옆을 지키며 걷고 있었다.

아직 방향전환이 어설픈 것 같아,

도와주려고 손을 뻗었더니

내가 할 거야 하고 내 손을 탁 밀쳐낸다.

얼마 전까지 혼자 좀 타지 하던 마음은 어디 가고

무안하고 서운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괜스레 손등이 시큰거리고 아픈 것도 같다.

조금만 불안해도 엄마를 찾던 내 품에 아이가

언제 이렇게 엄마손을 밀쳐낸 만큼 자란 걸까?


어른 되면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하는

너의 귀여운 목소리가

엄마 가방 무겁다며 제 몸보다 더 큰 내 가방을 메고 걷는 너의 어깨가

손 꼭 잡고 함께 산책하는 너의 작고 통통한 손이

쪼르르 달려와 사랑해를 외치는 너의 발간 입술이

참을 수 없이 뽀뽀를 부르는 너의 동글동글한 볼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겠지


지금 이 순간을 꼭꼭 눌러 담아

잘 저금해 두어야겠다.

시간이 지나 여전히 사랑하는 네가

그리울 때

야금야금 꺼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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