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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24. 2023

아들아 하지 마! 를 외쳐보자!

엄마도 성장 중입니다.

"엄마 나 오늘 어린이집 안 가고 싶어"


어린이집 졸업을 일주일 앞둔 월요일 아침이었다.

어린이집 가야 하니까 조금 서둘러서 먹자 했더니 , 갑자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난주에도 며칠 가정보육을 했고, 주말까지 온전히 집에서 보냈으니 집에서 오래 있다 보면 다시 어린이집 가는 걸 힘들어하기에 그날도 그런가 보다 했다.


"이제 어린이집 가는 날도 며칠 안 남았고, 이번주 신나게 가보자 응?"

하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 어린이집에 겨우 등원을 시켰다.


그리고 하원을 해서 돌아오는 길에 

재밌었는지, 뭐 했는지 물어보니 아이가 대뜸


"오늘 oo 이가 차로 나 밀었어. 그래서 어린이집 가고 싶지 않았어" 한다.


차분하게 있었던 일을 다시 물어보았다. 놀이시간에 실내에서 타고 노는 자동차를 타고 있는데, ㅇㅇ이가 와서 아이의 차를 계속 밀어 어린이집 현관 근처까지 혼자 밀려갔다고 한다. 불편하다고 표현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차를 밀어댄 모양이다. 그런데 이 일이 오늘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그전에도 아이가 놀고 있는 장난감을 뺏기도 하고 미끄럼틀 타려고 줄 서있는데 빨리 내려가라고 소리도 질렀다고 한다.


친구와 그전에도 문제가 있었구나, 그래서 아침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한 거였구나...

아이마음을 몰라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과 이 보드라운 마음에 났을 생채기에 내 속이 더 상했다.


같은 어린이집 엄마들과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나도 알정도로 ㅇㅇ는 꽤 유명한 아이였다. 

놀다가 친구들의 물건을 뺏거나 밀치기도 해서 같은 반에 친구들이 이 ㅇㅇ 때문에 종종 등원을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ㅇㅇ이와 마찰이 있기 전에 이 아이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같이 놀면 재밌는 친구라고 했고, 본인은 ㅇㅇ이가 너무 좋은데 ㅇㅇ이와 같은 유치원에 못 가서 속상하다고도 했었다. 아이 말을 들으면서, ㅇㅇ이가 노는 게 좀 과격하긴 해도 소문처럼 나쁜 아이는 아니겠거니 생각했고, 우리 아이와는 잘 지내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가ㅇㅇ와의 마찰을 이야기하니 생각이 참 많아졌다. 


 마음은 아프지만 다친 것도 아니고, 그간 별 문제가 없다가 최근에 일어난 일인데 엄마가 너무 개입을 하나 싶기도 하다가 유치원에 가면 어린이집 보다 더 큰 환경을 만날 텐데 그곳에 ㅇㅇ 같은 아이가 없다는 보장도 없고, 아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으면 도움을 요청해서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가 마음이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수업시간에 보통 키순서대로 앉기 마련이지만,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이번에는 제비 뽑기를 해서 자리 배치를 바꿔보겠다고 하셨다. 반에서 키가 큰 편이었던 나는 늘 뒷자리나 뒷자리 앉는 것이 불만이었다. 내 개인적 생각과 경험으로는 교실 뒷자리로 갈수록 공부에 집중하기에는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자리 탓을 한다고 할 수 도 있겠으나, 실제로 공부에 흥미가 떨어지는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의 눈을 피해 일부러 자리를 바꿔 앉기도 하고 칠판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집중도가 덜한 것도 사실이다. 자란 키를 줄일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늘 뒷자리에 앉았지만 제비 뽑기만 잘하면 앞자리 갈 수 있는 기회였다. 제비 뽑기 번호를 보니 앞에서 두 번째 자리였다. 두 번째 줄이라니! 너무 신이 났다. 그런데 반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한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자기 눈이 너무 나빠서 그런데 뒷자리를 뽑았다면서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한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얼떨결에 그래 하고 자리를 바꿔주고 말았다. 나도 앞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는데, 뒤늦게 아차 싶어 바꿔줄 수 없겠다고 했더니 그 아이가 이미 바꿔주기로 했으면서 왜 그러냐고 곤란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또 나는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뒷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상황이다. 그런 나였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눈물은 뚝뚝 흘릴지언정 쉽게 말 한마디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도 잘 지키지 못하는 아이였다. 아빠는 그런 나를 두고 바보같이 운다며 더 매섭게 혼이 났다. 아이가 나의 이런 모습은 닮지 않기를 바랐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내 아이는 나의 그런 면을 닮은 것 같다.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누가 비키라고 하면 저만치 떨어져서 얼른 비키고, 우리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친구가 가져가면 금세 포기하고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상담에서도 아이는 친구들을 잘 배려하고, 양보를 잘하는 편이며 친구들에게 잘 맞춰준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 칭찬이 온전한 칭찬처럼 들리지 않은 것은 어린 시절 내가 자꾸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기적이고 욕심쟁이로 자라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것을 소중하게 지키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마음을 달래주어야 할까 마땅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친구가 밀었으니 너도 밀어버려 할 수도 없고 그 아이랑 놀지 말라던가 불편한 행동을 그냥 참으라고 하는 것도 적당한 답은 아닌 것 같았다. 한참 고민 끝에 어디선가 보았던 방법이 생각났다. 이것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아이와 잠들기 전 있었던 일을 다시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불편하게 하면 하지 마!! 하고 엄청 크게 말해버려. 선생님도 다 들리게. 그러면 선생님이 도와주실 거야. 자꾸 그런 일이 반복되면 꼭 엄마한테 말해 그러면 엄마도 선생님한테 따로 말씀드릴게. 친구가 네가 불편한 걸 몰라서 그럴 수도 있어. 그러니까 엄청 크게 너의 마음을 친구한테 알려줘."하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와 함께 하지 마! 하고 외치는 연습도 해보며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지나고 보니 별것도 아닐 일에도 이렇게 마음이 울렁울렁하는 걸 보면 엄마도 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당장 먹고 자고 싸는 과제가 최우선이었던 신생아 시절을 지나 아이가 자랄수록 새로운 육아고민이 늘어난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이 강한 아이로 자라길, 엄마는 너의 사회생활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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