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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Mar 03. 2023

잠들기 전 휴대폰 쓰지 않았더니 돈이 굳었다.

처음 육아를 시작하고, 스마트폰이야 말로 내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아이의 울음의 이유를 몰라도

아이몸에 작은 생채기가 하나 생겨도

아이가 분유를 안 먹거나 잠을 잘 안 자도

아이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검색하면 뚝딱 하고 답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정답이 아닌 경우도 많았지만... 어쨌든 각종 육아 정보는 물론이고 단절된 세상과 연결해 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가 잠이 들고 나면 나를 위한 보상이라며 맥주 한 캔을 마신 다음 침대에 누워 몇 시간이고 휴대폰을 하다 잠이 들었다. 내 딴엔 아이랑 최선을 다해서 놀았는데 고작 10분이 지났을 때와 달리 아이가 잠든 고요한 밤 휴대폰 속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몇 시간은 그냥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날 찍은 아이 사진도 보고, 주중에 먹을 식재료 장도 보고 아파트 커뮤니티나 맘카페에 들러 괜찮은 중고물품이 없는지도 들여다본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으면 SNS 순회를 시작한다.

SNS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한다.  그리고 내가 추가해 놓은 이웃이나 팔로우들의 새로운 글들을 살펴본다.

특히나 똑소리 나게 육아 잘하는 엄마들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보고 있자면 나도 따라 해 봐야지 하며 열심히 캡처도 하고 푹 빠져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말미에는 그들이 판매하는 공구물건을 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이의 무슨 발달에 좋다는 교구, 장난감, 책, 옷 등등 시중 판매가 대비 저렴하고 한정기간 판매한다는 말에 또 인기 많은 제품은 이미 재고가 몇 개 남지 않았다는 말에 마음이 동하여 부지런히 도 사모았다.

육아용품 쇼핑이 끝나면 살림인플루언서 차례다. 그들이 살림에 육아까지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예쁜 집이라면 어쩌면 우리 집도 가능하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걸어본다. 지금은 비록 어린아이가 있어 알록달록한 집이라도 갬성한스푼 놓칠 수 없지 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갬성 가득한 살림소품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쇼핑을 마치고 까무룩 잠이 들면 이른 새벽잠이 깬 아이와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진짜 일찍 자야지 마음먹어 보지만, 밤이 되면 그 마음은 사라지고 또 휴대폰을 들고 침실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반복되는 후회의 고리를 끊어보고자 마음을 먹고 자기 전에 휴대폰을 거실 충전기에 꽂아두고 침대로 향했다.

효과는 의외로 좋았다.

예전에는 누워서 휴대폰 하느라 늘 새벽 늦게나 잠들었는데 침실에 가서 할 일이 없으니 잠드는 시간이 빨라졌다. 이전에는 등 돌리고 누워 휴대폰을 보다 잠드는 게 당연했는데 남편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물론 남편은 여전히 휴대폰 게임을 하다 잠이 든다. 이 부분은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도 자기 전에 휴대폰을 하면 숙면에도 방해돼도 시력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체감상 느끼기에도 잠을 더 푹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효과


"밤마다 하던 쇼핑을 끊게 되었다."


 누워서 구경하다 홀린 듯이 결재하던 아이옷, 책, 장난감, 교구 쇼핑을 멈췄다. 심지어 천 원, 오천 원인데 뭐 어때하며 수시로 하던 중고거래도 안 했다. 정확히는 할 시간이 별로 없어졌다. 그리고 열심히 사모았지만 실망감을 남겨준 아이템들은 다 처분했다. 그런 아이템이 있어야만 아이랑 더 잘 놀 수 있을 것 같고,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가 좋아할 수도 있고 관심 없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좋다고 혹해 보이게 팔아도 내 아이가 싫어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고 없으면 없는 대로 뭐든 하고 놀게 된다. 어제도 이면지로 딱지랑 종이비행기 접어서 놀았다.


 육아를 하다 보면 자꾸 마음이 약해진다. 나와만 관계된 일이 아니고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이니까. 그래서 괜히 기분마저 센티해지는 고요한 새벽시간 그렇게 나는 쇼핑을 했나 보다. 종일 아이 뒤치다꺼리한 엄마도 힐링해야 한다. 그러면 환한 거실에서 앉아 웬만큼만 하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침실에서는 세상걱정 다 내려놓고 푹 자기를 권한다. 그것이 어쩌면 잠시잠깐 아이를 사로잡는 육아템보다 엄마의 체력을 더 보충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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