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성장 중입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원더윅스라는 말을 배웠다.
원더윅스 (Wonder weeks)
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 육아의 입장에서는 더 많이 울고 보채는 과정에서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때를 말한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엄마 뱃속에서 외부의 자극을 최소화하며 살던 시기와 달리 세상밖으로 아이가 나와 성장을 하며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시기를 말한다고 한다. 이 시기가 도래하면 순둥순둥하던 아이도 예민하고 짜증이 느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더불어 초보 엄마에게는 고난의 시간이기도 하다. 신생아 시기부터 약 2돌까지 주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고 했다.
육아서에서 이런 내용을 읽고 나서, 내 아이의 원더윅스 주기를 잘 파악해서 잘 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아다. 그리고 아이의 원더윅스를 알려준다는 유료앱까지 결제를 해서 알람이 오면 아이를 살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남들은 찰떡같이 잘 맞는다는 원더윅스 주기와는 별개로 우리 아이의 원더윅스 기간에도 우리 아이는 자주 순둥했으며, 주간이 아닌 때에는 내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이유들로 아이의 짜증이 늘기도 했다. 그보다 조금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원더윅스 주간 알람이 오면 아이보다 내가 더 예민해진다는 것이었다.
'원더윅스잖아, 난 지금 힘들어, 그러니까 화내도 괜찮은 거야.'
원더윅스 때문에 예민한 건지, 화내고 싶어서 원더윅스 핑계를 대는 건지 나도 모를 상황이 반복되었다.
어디 그뿐만일까, 한 달에 한번 호르몬이 날뛰는 그날이 다가오면
'난 곧 그날이 다가오잖아 내가 화내고 짜증 내는 건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호르몬 때문인 거야.' 하고 나의 감정을 정당화하곤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아이를 낳던 그 오후까지도 나는 내 두 발로 어디든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이후 손발이 꽁꽁 묶여 버렸다. 평일엔 늘 바쁜 남편, 코로나,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아이. 내 의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거기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의 이상향은 너무 높아서, 그걸 따라가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러다 지친 마음이 극에 달하면, 화낼 구실을 만나 기꺼이 화를 내었다.
지금 고백하고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마음들이 복잡하게 엉켜있었다. 어느 날 이런 나의 행동을 깨닫고 나서는, 나의 유치함과 미숙함에 민망해졌다. 힘들면 힘들다, 도와달라 말했으면 될 일인데 혼자 다 끌어안으려 했던 건지. 그래도 그 행동의 알아차림은 꽤 도움이 되었다. 화를 내는 대신에 잠을 푹자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달랠 줄 알게 되었다. 자꾸만 화가 나고 예민해진다는 건 어쩌면 내가 괜찮지 않다는 증거일 테니까.